가을을 시작으로 봄까지는 유난이도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개업식등 주위에 각종 애경사가 많이도 발생한다. 얼마전 직장동료가 이런말을 한다. “난 비록 내땅 한평 없지만 지금까지 애경사비를 한번 낼 때마다 그 금액으로 땅을 한평씩 매입했다면 상당한 평수의 땅을 소유했을 것이다”고 푸념을 한다. 땅을 못산 아쉬움보다 애경사비의 부담을 애둘러 표현 한듯하다.
애경사비는 하객이나 조문객 입장에서 혼주및 상주와의 관계와 자기 형편을 고려하여 성의껏 보탬이 되도록 내는 마음의 비용이다. 흔히들 애경사비를 상호부조라 한다. 애경사 안내를 받으면 제일 먼저 가야할 곳인지, 나의 대소사에 상대는 얼마의 부조를 했는지, 언제 했는지가 애경사비의 금액 산정의 기준이 되곤 한다. 요즘 같이 경기침체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행사문자를 받는 것 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에서 경조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부담으로 작용한다. 받을때는 고마웠지만 막상 내가 상호답례를 할때는 여러사항을 고려해야 하므로 더욱 부담이 되는 것이다.
답례로 얼마를 해야 할까? 10년전 집안 대소사에 지인이 한 금액은 현시점의 화폐가치로 따져봐야 하고 꼭 참석해야 하는 지인인데 예식을 호텔에서 한다고 하니 가자니 부담이고 봉투만 보내자니 안될 듯하고 참으로 난감할 경우가 많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때만 해도 보통 2~3만원 정도의 부조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2009년 5만원권 고액권이 생기면서 부조금이 늘게 되고 부담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럴때는 어떻게 대처 하는게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처지이다. 빚을 내면서까지 애경사 봉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십시일반 축하의 목적이 되어야지 추후 돌려받을 목적을 가지게 되면 행사후에 서운함으로 좋았던 사이에 균열이 생길수도 있다. 그렇다고 받은 금액이 있는데 그 이하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특히 결혼식의 경우 축의금은 밥값으로 변질되어 버린거 같다. 봉투를 주고 식권을 받는 하객입장에서는 그나마 비교적 저렴한 컨벤션에서 예식을 하면 참석하여 축하를 해줘도 미안한 마음이 덜하지만 호텔에서 예식을 하는 경우에는 축의금봉투를 할 때 밥값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쩔수 없이 봉투만 보내고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한다. 축하객을 봉투만 내고 오지 마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하객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 당사자 입장에서는 평생 한번뿐인 결혼식을 좋은 환경과 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하고 싶은건 당연지사 아닌가 하지만 형편에 맞지 않는 허례허식으로 혼주나 축하객 모두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봉투만 보내고 참석하지 않는게 혼주를 도와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의금은 지인과 나의 지금까지 관계에서 정해지며 과거와 현재의 기준에서 하는 것이다. 체면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기본만 해라. 그것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안주고 안받는 문화로 전환되기에는 이미 뿌리깊이 내려 앉은 관습에 대한 문제로 바꿀수는 없지만 주는사람과 받는사람이 부담 없는 금액이라면 모두가 행복한일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