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어머니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9.08.26 11:22 수정 2009.08.26 11:31

 
↑↑ 조 덕 연 서림신문 객원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비가 억수로 내린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많은 비다.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서 출발 할 때만해도 햇볕이 쨍쨍하던 날씨가 차창의 와이퍼가 3단으로 설레발 을 치면서 바쁘게 제껴데도 역부족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여파로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 질거라는 기상대의 예고는 들었지만 예상을 넘기는 비가 쏟아지고 있다. 도로에 물이 고여 자동차는 주행에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더 이상은 주행이 어려울 듯싶어 노견이 넓은 산자락 밑에 차를 세우고 쉬어가기로 결정한다. 차를 세우고 와이퍼를 멈춘다. 주룩 주룩 쏟아지는 비가 시원해 보여서 좋다. 비는 쉽게 그칠 기세가 아니다. 며칠 전 평상시 따뜻하게 따르던 후배가 조용한 시간 홀로 주행할 때 들어보기를 권하며 건네준 음반 테이프가 생각나 꺼내어본다. 산사의 노래 음반이다. 테이프를 카세트에 꽂으니 경을 읽듯 차분한 목소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모시치마 꺼내입고 장보러간 어머니를 / 고개마루 바위턱에 맨발로 걸터앉아 / 개똥참외 먹고싶어 한없이 기다렸지 / 어머니 보고파서 그 자리에 다시서니 / 솔새는 날아와서 내꿈만 쪼아대고 / 구름은 흘러와서 내몸만 태워가내 삼진스님이 부르는 어머니의 노래다.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나는 어머니에 대한 상념에 빠져든다. 눈이 많이도 내리던 그때 그리도 추었던 그 시절 방안에 떠다놓은 대접의 물이 밤사이 얼음이 되는 추운 방에서 잠못 이루고 떨고있는 우리를 이불을 덮어주며 당신추위는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몸으로 덮혀 재워주셨던 기억, 배고파하는 자식을 위해, 월사금이 없어 울어대는 나를 위해 항상 뒷전에서 눈물 흘리며 지켜봐주셨던 어머니. 무더운 그 여름 그리도 더워 살인적 이었던 불볕더위 속에서 콩밭 메고 더위에 못 이겨 열사병으로 구토하면서도 찬물 한 그릇으로 만족하시던 어머니, 참기 어려운 땡볕속에 보리의 목을 따서 도리게질 하며 키질하던 그 처절한 삶을 홀로 감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오신 어머니. 그러던 어머니가 나이 70이 넘어서면서부터 자주 아프신다. 두 번의 슬관절 수술에 미끄러 넘어져서 망가진 고관절 수술, 한때는 잠깐의 치매까지 긴세월 병마와 함께하며 요양병원 생활까지 하신분이 지금쯤은 지칠만도 한데 모두를 극복하시고 이제는 건강해지고 마음 또한 편안해지셨다. 보름전 일이다, 몸이 아프면 그래도 네가 와야 한다며 큰아들인 나를 찾으신다. 병원에 입원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말에 입원 치료하여 밥맛이 돌아오고 몸이 좋아져서 오늘 퇴원하여 집에 모시고 나오려니 어머님 내손을 잡으시며 꼬깃꼬깃 뭉쳐진 돈을 내손에 쥐어준다. 거절할 것을 미리 아시는 어머니는 네가 이걸 가져가야 내 마음이 편안하니 사양말고 주머니에 넣으라신다. 지금 차안에서 어머니가 주신 돈을 펴가며 세어보니 8만원이나 된다, 어머니에게는 한 재산인 그 돈을 움켜쥐고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생각 한다.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 편한 것만을 추구 하다보니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불편함은 외면하려든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병든 부모님 을 부담으로 느낄수도 있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머니가 나에게 부담이 된다는 생각을 행여라도 하지 않기를........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