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노인인구는 2024년 말 기준 38.6%로 초고령사회이다. 인구 고령화는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다양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노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시점이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노인들의 지식과 경험이 소중하다는 의미인데 노인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노인의 존재가 달라질 수 있다. 사회문제, 노화의 관점에서만 보면 ‘No-人’이지만, 경험이 많고 세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Know-人’일 수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나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그 일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에게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여러 어르신을 만나며 일하는 나는 노인 세대가 가진 삶에 대한 통찰과 예지력은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능가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은 어르신들을 우리보다 먼저 살아 온 ‘선배’로 존중하게 한다. 어르신은 삶을 더 살아온 선배이며, 여전히 시민으로서 다양한 형태로 공동체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실버복지관은 ‘선배시민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배시민은 공동체의 일원인 시민이며 후배와 함께하는 시민 선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봉사단에 참가하는 분들은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어르신들이다. 선배 시민 자원봉사단은 혼자 사는 이웃들의 근황을 살피는 일, 어린이날과 수능일에 미래세대들을 위한 응원캠페인, 석정로 쓰레기 줍기, 페트병 분리수거, 복지관 체력단련실과 급식소 봉사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대와 환경은 다른 세대가 경험한 것과 확연히 다르다. 그들의 삶을 단순히 과거로 치부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과 환경 속에서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Know-人’, 후배 시민과 연대하여 공동체를 돌볼 ‘선배 시민’이 많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초고령사회를 이겨내는 방법, 결국 세대 간 소통이 중요해 보인다. 지역사회에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