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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당선증은 상장이 아니라 임명장

이석기 기자 입력 2026.06.15 14:49 수정 2026.06.21 14:54

축하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석기/서림신문 대표
이석기/서림신문 대표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기간 내내 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현수막과 유세 차량의 소음은 사라졌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은 하나둘 임기를 준비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현수막마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 당선 축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선거가 끝났음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 현수막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방선거 당선자는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인가.

축하란 대체로 개인의 경사에 보내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됐을 때, 시험에 합격했을 때, 상을 받았을 때, 사업에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축하를 건넨다. 축하는 개인의 영광과 성취를 인정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행위다.

그러나 선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거는 권력을 누리기 위한 자리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유권자의 대리인으로서 봉사의 책임을 부여받는 과정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하나같이 "군민의 머슴이 되겠다",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외친다. 스스로 공복(公僕)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표를 호소한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공복이 되겠다는 사람이 마치 큰 영광을 얻은 것처럼 축하를 받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당선은 특권을 얻은 것이 아니라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다. 권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 의무를 떠안은 것이다. 개인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선거의 본질을 잊고 있는 듯하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에게 꽃다발이 쏟아지고, 축하 현수막이 거리를 메우며,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축하연이 열린다. 마치 개인이 큰 벼슬을 얻은 것처럼 대우받는다. 일부 당선자 주변에서는 당선을 자신의 승리인 양 과시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권자는 어느새 주인이 아니라 들러리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주인은 유권자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후보 개인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 주민들이다. 후보들은 군민이 준 권한을 잠시 위임받은 사람일 뿐이다.

특히 지방정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뤄진다. 군수는 군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고, 도의원과 군의원은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국회의원 또한 지역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들은 결코 영광의 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아니다. 봉사의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선자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이런 문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초소생에게 지역을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유권자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당선자 ○○○-"

"저를 선택해 주신 군민 여러분! 지역의 주인으로 축하드립니다당선자 ○○○-"

"군민 여러분의 선택! 축하 드립니다 당선자 ○○○-"

어쩌면 이런 현수막 하나가 우리 지방정치의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선자가 영광을 독차지하는 정치가 아니라, 권한을 부여한 유권자를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 권력을 얻었다고 축하받는 정치가 아니라 봉사의 기회를 얻었다며 감사하는 정치.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이 아닐까.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선증은 상장이 아니라 임명장이고, 축하의 꽃다발은 무거운 책임의 상징이어야 한다. 선거에서 선택받은 사람들은 이제부터 유권자에게 평가받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가장 먼저 축하받아야 할 사람은 당선자가 아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한 군민들,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유권자들,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축하의 주인공이다.

다음엔 선거가 끝난 뒤 거리의 현수막 문구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 당선자 축하드립니다"가 아니라, "주권을 행사한 군민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 당선자-"

그날이야말로 지방자치가 한 걸음 더 성숙해진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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