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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떠난 친구를 그려본다

조덕연 기자 입력 2025.07.06 19:52 수정 2025.07.10 19:53

조덕연/서림신문 논설위원
조덕연/서림신문 논설위원
같은 방향의 길을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그 친구가 갑자기 곁에서 사라진다. 그 친구가 나의 가슴에 남기고 간 흔적들이 가끔은 그를 잊지 말라고 이르고 있다. 60여년전 첫 인연의 연결은 외톨이들의 만남이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친 그와 멀리서 중학교를 나온 내가 우연히 어우러진 인연은 같은 반에서 3, 한방에서 거의 1년을 함께 하다 보니 함께 웃고 함께 아파했던 기억들이 많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말 그는 군대에 갔고 내가 군대에서 나왔을 때 그는 공무원이었다. 나도 같은 길을 따라 함께한 세월이 60여년 그는 멀리 있어도 함께 하는 것처럼 나와 함께한 친구였다.

그의 생활은 언제나 치열했다.

학교의 학비는 영농학생으로 해결했고 머리가 좋은 그는 시간을 내어 학생들의 과외 수업으로 가정에 생활비를 도왔고, 일요일은 양조장 술 배달로 할머니와 아버지의 용돈을 드리는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나이가 나보다 두 살 많았던 그는 언제나 여유로웠다. 바쁜 일상을 쪼개는 지혜도 있어 언제나 여유를 보이는 생활이었다. 나에게 보이는 그 여유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순간은 치열한 고통과의 싸움이었을 거라는 생각이든다. 남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항상 쫓기는 일상이었겠지만 나에게 여유있게 보였음은 짜증을 내지 않고 웃으며 보내는 그 여유를 내가 느꼈을 뿐일 것이다.

나의 마음을 잡는 그의 열정의 흔적은.

석정공원에서, 왕가산 등반길에서, 월정 약수터에서, 옛 청우실고 인근에서 그가 머물렀던 장소마다 열정적인 그의 모습이 담긴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떠난 장소도 부안 심고정 활터였다. 그는 술은 한 모금도 못한다. 담배는 줄담배 그는 여유를 담배에서 찾는 듯했다. 짜증과 스트레스를 담배 한 대의 연기로 품듯 즐겼다.

나와의 모임은 줄곧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맺은 흙촌의 인연에서 공무원의 모임, 그리고 사회생활에서도 동창 모임등 다양했다. 그 많았던 만남에서도 언제나 걱정은 멀리했다. 그냥 현실에 만족하려 했고 남이 걱정되는 말은 삼갔다. 그의 생활은 청빈했으며 여유롭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생전에 가족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그가 떠나기 한달전 쯤 어느 모임 자리에서 뜬금없는 가족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가정생활에 경제적 보탬을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고, 자식들에게도 도움을 주지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아내에게 따뜻함을 보여주고 자식들에게도 다정한 모습 보이며 살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눈시울을 적시며 읊어 댔다. 그 말의 여운이 귓가를 떠나기 전 그는 소리없이 나의곁을 떠났다.

떠난 친구를 그리며 생각한다.

살아온 인생은 덧없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 이었다고.

시장에 봄살이 나올 때, 온실에 꽃이필때, 채전에서 채소가 푸를 때, 정수기에서 맑은 물을 뽑을 때 가끔은 그때의 추억 떠올리며 생각하겠노라고...

친구가 떠나기전 그리도 걱정했던 가족들 모두 평안한 삶을 이어가시길 친구의 염원 담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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