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남겨진 흔적

조덕연 기자 입력 2025.04.21 18:51 수정 2025.04.25 18:53

흔적은 남겨진 자취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치고 어우르다 보면 자국이 남고 흔적이 되어 우리에게 그때의 상황을 떠올릴수 있는 계기가 되고 추억이 되어 생생하게 아름다움으로 남기도 한다.

나의 일상은 해의 떠오름과 함께 산행으로 시작된다.

평생직장을 정년하고 바로 시작된 두 시간의 산행은 벌써 16년을 넘기고 있다. 첫발을 때던 그날은 눈이 많이 쌓였었다.

새해 새 아침 눈이쌓인 새벽길 아무도 지나간 흔적없는 길을 유유자적 걸으니 더할 나위 없는 마음의 풍요를 느낀 첫날의 그 기운을 잊지못해 오늘도 스스로 만족해하며 그 길을 가고 있다. 햇빛이 많은 여름철은 새벽 여명의 시간을 이용하고 햇빛이 적은 겨울철은 빛을 많이 받을수 있는 늦은 시간을 활용한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 산길, 그러나 같은 조건은 일각도 없다.

눈이 녹으면 꽃이피고 잎이 피어난 후엔 아카시아 향기가 후각을 깨우고 녹음이 짙은 후엔 열매가 맺히고 낙엽이 지면 다시 눈으로 기후와 어우러진 자연속에 전나무 숲에서 청설모가 반기더니 두꺼비가 앞길에서 서성이고 다람쥐에 이어 비둘기가 짝을 이루어 모이를 줍고 딱따구리 새 소리가 나와 함께 즐기니 산책의 길은 항상 즐거움으로 충만하다.

매섭던 강추위의 시간이 지나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버들강아지 피어오르고 봄이 오는 길목에 나무 사이로 비치는 강한 빛과 아침 안개가 어우르면 이곳이 곧 천상이요 무릉도원임을 느끼는 신비에 가까운 형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사시사철 일각도 같음이 없이 펼쳐지는 자연과의 동화의 시간은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때로는 심장을 뛰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임도를 걷다보면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 인근에 옛날 독립가옥 흔적이 있다. 집터가 있고 채소를 가꾸었던 터전이 있고 100년의 세월을 보냈을 법한 팽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다. 그중 한 나무 첫 번째 가지와 세 번째 가지가 U자 모양으로 휘어있고 그 위의 가지는 수평으로 뻗어 있다.

깊은 산속 오두막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으니 밥을 먹고 놀이를 즐길 시간에 그들은 나무 위에 걸터앉아 여가를 즐겼음을 상상케 한다. 동요를 부르기도 하고 옥수수를 먹기도 하고 커가면서 피리를 불기도 했을 것이다. 수평의 가지는 그네를 매어 즐거운 놀이로 시간을 보내는 지혜를 표한 흔적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서 있는 팽나무 한그루에서 반 백 년을 훌쩍 넘긴 그때 그들이 살았던 모습을 읽을 수 있으니 흔적은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1970년대 이전 우리나라 산림은 사막화 직전이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림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일제 수탈과 6·25전쟁을 거치며 많은 산림은 소실 되었고 전후 복구사업과 폭발적 인구증가로 목재가 연료와 건설자재로 소요되면서 모든 산은 민둥산으로 변했다. 1973년부터 시작된 치산녹화 계획 산림청 발족, 화전민정리, 사방사업으로 연료림조성, 석탄개발로 연료전환 등 다각적 방법으로 산림복원에 나선다. 산림청은 내무부에 두어 경찰력을 동원했고 산중에 있는 독립가옥은 강제 이주시켰고 모든 화전은 나무를 심었으며 연료는 연탄으로 대체하고 소요되는 목재는 수입산으로 대체 충당했기에 전혀 불가능해 보였던 산림복원이 단기간에 완성되어 지금은 모든 산이 푸르러 강산이 어우르고 자연이 함께하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산림강국을 이루었다.

황폐한 사막의 길목에서 푸르른 강산을 이룬 기적은 우리의 결연한 의지와 실천의 흔적이다. 아름다운 이 강산 훼손없이 오래토록 보존하는 것 또한 우리들의 의무다. 함께 노력했으면 더욱 행복하겠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