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가수의 ‘막걸리 한잔’ 노래가사가 왠지 모르게 어린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언제부터 술을 먹었을까? 되짚어 보니 중학교 시절이었던거 같다 나의 첫술은 막걸리였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양은주전자에 받아 올 때였다. 가게에서 집까지 가는 도중에 한두 모금씩 마셨던 그 맛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술이 왜 이리 줄었냐고 묻으시길래 오다 조금 쏟았다는 아들의 뻔한 거짓말을 우리 아버지는 그러려니 넘어가 주었다.
유대인들의 율법과 사상을 집대성한 탈무드에 의하면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는데 악마가 다가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고 신기한 식물을 심는다고 말하며 이 식물의 열매를 먹으면 아주 행복해진다고 말하였다. 악마는 인간에게 동업을 제의하고 인간이 동의하자 양, 원숭이, 사자, 돼지, 개를 끌고와 죽여 그 피로 거름을 주었고 그 열매는 포도주로 탄생하였다. 이에 따라 포도주를 마시는 인간은 첫잔에는 양처럼 순하고 둘째잔에는 원숭이처럼 좋아하며 춤을 추고 셋째잔에는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넷째잔에는 돼지처럼 자기 배설물에 뒹구는 등 추해졌으며 다섯째잔을 마시니 개처럼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그 후로부터 악마는 너무 바빠 인간을 찾아다닐 수 없을 때에는 술은 보냈다고 한다.
이제 술은 좋으나 싫으나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날씨가 흐려서, 기쁜일이 생겨서, 슬픔을 잊기 위해, 우정을 다지기 위해 등 온갖 이유를 만들어 우리는 술을 마실 핑곗거리를 만든다. 만약에 세상에 술이 없었다면 어떤 세상이 되었을까? 더 행복한 삶을 살까? 아니면 불행해졌을까? 혹자는 술이 없었다면 인간은 더욱 난폭해져 전쟁이나 폭동, 마약이 난무했을거라 말한다. 한편으로는 술이 없었다면 어찌 이태백이 월하독작(月下獨酌)같은 좋은 시를 지었을까 하는이도 있다.
술은 사람들간의 소통과 친교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술자리에서의 대화와 유대감으로 인하여 친밀감을 높이고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단순한 즐거움에서 벗어나 건강한 음주문화 정착이 필요하며 음주로 인하여 건강에 끼치게 되는 악영향도 고려한 음주습관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과음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탈무드에 나오는 인간의 술 단계와 다를바 없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건강한 음주를 통해서 술의 지배를 받지 않고 술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는게 진정한 주당이 아닌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