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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가난은 죄이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8.11.29 16:02 수정 2018.11.29 03:57

송성섭칼럼-가난은 죄이다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부안서림신문 
어느 누가 ‘가난은 죄가 아니고 다만 불편할 뿐이다’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지껄였지만 황금만능 사회에서 가난은 죄이며 불행한 것이다. 옛 태사공자서에는 ‘말을 감정할 경우에는 살이 빠졌기 때문에 잘못 보고, 사람을 감정 할 경우에는 가난했기 때문에 잘 못 본다’는 말이 있다. 또한 ‘돈은 귀신도 부린다’ 했으니 이 세상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이 돈이니 돈처럼 좋은 것이 또 있으랴.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타락한 이 사회에서 진리처럼 굳어진 세상이니 법 마저도 있는 자에게는 고무줄이기 때문이다. 있는자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세상을 살고, 가난한 자는 허덕이며 깔끄막을 오르듯 고단하게 산다. 어느 가난한 시인은 “살아생전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삼베옷 한 벌 해주었네……”라고 피맺히게 절규처럼 외쳤든 구절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하지만 쥐구멍에 볕 이 들면 얼마나 들것이며 이 땅에 대물림되는 가난의 멍에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나는 가끔 헛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식에게 금수저를 못 물려주었지만 그들의 생활에 약간의 보탬이 되었다면 각박한 세상에서 허덕이는 그들의 삶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하고.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속담이고 사교육비나 학원비에 요즈음 부모들은 허리 펼 날이 없다지만 그도 나름이고, 가난한 자녀는 학원 문턱에도 가지 못하니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속담에 불과하다. 가진 자들은 늙음도 멀리 할 수 있고, 염라대왕도 발치에서 밀어내는 세상이니 돈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며, 호랑이 눈썹도 베어오는 세상이 되었으니 돈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가 되었다. 산업화를 이룩하고 고도성장에 물질은 풍요로웠지만 정신은 메마르고 빈곤해졌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공정한 사회, 평등한 사회는 말만 무성하고 허황된 말잔치일 뿐이다. 활개치고 큰소리치는 것은 가진 자 들의 세상이니 목구멍이 포도청인 없는 자는 주눅이 들고 분노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헐벗고 굶주렸을 때도 가난한 자의 행복은 있었다. 옛날 명절빔이라는 것이 있었다. 요즈음 아이들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추석이나 설이 다가오면 명절빔으로 부모님께서 새 옷을 마련해주었으니 가난 했을 때의 명절빔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던가. 진수성찬과 주지육림도 날마다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가난한 아내가 생선 한 토막, 고기 한 점을 상에 올릴 때 얼마나 푸짐한 행복을 느끼는가. 가진 자들의 횡포는 잔인하고도 무섭다. 가난한 자들은 그들 밑에서 개처럼 조종당하고 있다. 하기야, 요즈음 반려견이 상팔자에 호강을 누리고 있다. 개 호텔도 있고 개밥그릇 하나에 십여 만원을 호가 한다니 개만도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가슴을 치고 통곡해도 시원치 않다. 모든 길은 돈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가난한 자는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뼘밖에 남지 않은 서산에 걸린 해가 나의 인생길이 되었으니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마지막 가는 길은 똑같다. 당신은 저승길에 무엇을 가지고 가려 하는가.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을이 깊으니 무성했던 푸르른 잎도 찬바람에 낙엽 되어 흩어진다. 세월은 흘러 계절은 바뀌니 가난한 자는 엄동설한이 겁이 나기만 하다. 오늘 아침에 산간지역에는 얼음이 얼고 무서리가 내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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