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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지하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8.04.12 14:53 수정 2018.04.12 02:53

조덕연칼럼- 지하실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지하실하면 우리 민족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수많은 전란과 그렇다할 저장시설이 없었던 때 몸을 은신하거나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로 우리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지하하면 우리 민족에겐 암울하고 아픈 과거의 역사가 있기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공(인민공화국), 감방, 탄광, 고문 등 나쁜 감정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암울했던 그 시기를 슬기롭게 인내하며 버텨온 공간 또한 지하실이다. 겨울에는 온기를 주고 무더운 여름에는 서늘함을 안겨주어 우리에겐 좋은 추억의 공간이기도 했다. 때로는 생을 이어주는 공간이었고 가족을 지켜주는 장소였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을 지탱하는 신성한 음식물의 저장 장소였고 비밀 통로이기로 했다. 한때는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에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했던 시절도 있었다. 국가에서 마련한 대피시설이 따로 없었기에 전란이 일어나면 대피할 수 있는 시설로 대치하기 위한 가난한 정부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아파트 문화가 이루어지면서 지하실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간 공간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공간에 지하실이 없어졌다는 것은 숨기고 간직해야할 공간이 없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지하공간을 갖는 여유가 필요할 듯싶다. 나에게는 소중한 지하실이 존재하고 있다. 80년대 집을 지으면서 건축면적에 해당되지 않기에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깊이 2m에 두 평 반 정도도 크기의 지하실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에는 연탄보일러 시설과 연탄 보관 장소로 쓰였던 것을 심야전기로 난방을 바꾸다보니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하다가 3년 전에 재 시설하여 환기구도 넓히고 페인트도 칠하여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수리했다. 무더위가 심한 여름철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 무덥던 여름 우리는 그 지하공간에서 더위를 이겨냈다. 매일이 열대야이고 폭염경보가 한두 달 이어지는 찜통더위에서 잠을 못 이루던 때도 가벼운 이불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더위를 모르고 지나온 것이다. 냉방기구나 선풍기가 필요 없이 오히려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주니 신선의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것이다. 불과 2m의 깊이 인데도 찜통더위에서도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기적에 가까운 생활이었으니 가히 자랑할 만한 시설이다. 아파트에 주거 활동을 하는 경우는 몰라도 주택을 지어 살려면 반드시 지하실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어차피 지을 바에야 3m정도의 깊이에 세평정도의 시설을 갖춘다면 건폐율에도 지장 받지 않는 훌륭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주의 할 점은 방수 처리와 두 개의 환기구만 갖추면 충분하다. 이슬이 맺히지 않고 곰팡이가 피지 않는 쾌적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에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음을 물론 이거니와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생활에 기쁨은 몇 배 상승 될 것이다. 주택을 지을 때는 반드시 지하실을 갖출 것을 권장한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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