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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수도자의 길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7.12.15 11:55 수정 2017.12.15 11:46

조덕연칼럼- 수도자의 길 길거리엔 코스모스가 피어있고 파란하늘엔 고추잠자리가 한가히 나는 쾌적한 계절 오후 차 문화의 모임이 있어 함께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 또한 차림새에서부터 차와 다식을 준비하는 정성이 모든 이를 경건하게 하도록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차에 대한 역사와 달이는 방법 그리고 동다송 낭독에 대금소리까지 행사장을 은은한 기운으로 이끈다. 삼삼오오 자연스레이 자리한 곳에서는 차와 함께 덕담이 오간다. 아기자기한 모습이 행사에 취하고 자리에 취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이른다. 앞쪽 한켠에 자리한 비구니 스님 두 분과 원불교 교무 두분 또한 눈에 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행사인데 이분들은 침묵이다. 어색함은 아닌데 오가는 대화가 없으니 지켜보는 사람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이 자리에 수녀한분이 끼었으면 분위기는 달라졌을까? ‘식탁에서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말라’는 전통과 가르침 탓일 수도 있겠구나 자문자답 해본다. 차문화는 수도자들에 의하여 발전해 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신을 맑게 해주는 음료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통하여 수도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가난, 정결, 순명을 서약하며 이들은 수도자의 길에 입문한다. 당초 사막의 은수자로 시작된 수도자들은 오직 청빈과 순결만이 이 세상을 이기는 길이라고 믿고 오늘도 정진하고 있다. 수도회의 행태를 보면 엄격한 봉쇄 안에서 침묵과 고독중에 오로지 하나에만 몰두하여 기도하고 스스로의 생계를 위하여 노동하는 봉쇄 수도원이 있고, 시대와 지역의 문화적 배경에 맞서 전교, 교육, 문화, 의료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하는 활동 수도회가 있다. 이 들은 혼탁한 세대의 일원으로 함께 살면서 그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나는 먼 곳에서나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면 옷깃이 여며진다. “얼마나 많이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더라도 그 안에 얼마만큼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1910년 태어나 1997년 선종한 마더 테레사 수녀의 말씀이다. 낯선 땅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을 위해 봉사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와 마가렛수녀. 나이 70되어 정작 그들이 보호받아야할 때 그들은 남들의 짐이 될까봐 홀연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숭고한 인류사랑 정신이 오늘도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의 오지에서 만여명의 수녀님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살고있는 이사회는 밝게 웃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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