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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어느 가을날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7.11.24 21:08 수정 2017.11.24 08:59

송성섭칼럼-어느 가을날
 
ⓒ 디지털 부안일보 
언덕에 서면 파아란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산국의 향기가 실려오고 풀 내음이 밀려오고 칡꽃도 시들고 말았습니다. 바닷가에 서면 은빛 고기비늘이 떠다니고 물비늘 내음이 밀려옵니다. 시절의 추억이 가슴을 애이게 하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억새가 아름다운 언덕에 앉아 저무는 황혼을 바라보며 생각이 깊어 갑니다. 꿈 많던 소년은 없고 노쇠한 노인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생이 꿈이었다면 너무 길었고 청춘의 날은 너무 짧았습니다. 고뇌와 번민의 날, 사랑과 욕망의 날들은 저무는 저녁하늘가 한조각 구름처럼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체념같은 마음으로 지나는 세월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집착과 소유의 지난날이 헛튼 수작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도 거두지 못하고 이룬것도 가진것도 없이 보내온 허송한 세월이었습니다. 한때는 치열하게 살았던 날도 있었고 이루고 싶었던 것도 가지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세월도 있었습니다.스산한 저녁바람이 스치는 언덕에서 저무는 하루해를 바라보니 모두가 부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도 고개를 드는 욕심이 일때는 추한 노욕이라고 자신을 다독이곤 합니다. 인생은 유한하며 타고 남은 심지가 얼마남지 않은 나의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에게 반문할 때가 있습니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손을 씻을수 없듯 다시 못올 소중한 인생을 노년의 무기력으로 그냥 보낼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때로는 철지난 빈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인양 처연한 마음이 들때도 있습니다. 갈꽃이 지듯 낙엽이 지듯 청춘도 사랑도 지고 말았습니다. 나의 발자취에 고인 후회의 날도 회한의 날도 이제는 무심하게 보낼수 있습니다. 종심이 넘은 나이가 되면 세상사에 무심하고 무관하게 되나 봅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는 날까지 심사가 고르지 못하고 감정의 기복도 제어하지 못하는 소심함은 나의 소인배적 성격이라 탓하여 봅니다. 어찌 한세상 살다보면 회한의 날이 없으리오. 다시 못올 인생이기에 후회는 늦고 잘못된 삶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피를 토하듯 저무는 저녁 가을하늘이 물들었습니다. 별들이 떠다니는 바닷가 잔물결에 한줄기 산국을 뿌리고 발길을 돌립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노심에도 파문을 일으킵니다. <서림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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