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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어느 봄날을 생각하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7.06.02 14:58 수정 2017.06.02 03:01

송성섭칼럼-어느 봄날을 생각하며
 
↑↑ 송 성 섭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꽃이 만발한 산야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봄밤 달빛 고운 바닷가도 그지없이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은빛으로 출렁이는 바닷가에 앉아 아름다웠던 날을, 그 청춘의 날을 회상하며 상념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근력도 예전 같지 않고 눈은 침침하며 구부정한 내 모습이 몹시도 초라합니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더니 인생의 마지막 길은 누구에게나 정해져 있으니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말이 전해져 오는가 합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고 청춘의 날은 다시 올 수 없으니 인생무상을 사무치게 느끼는 밤입니다. 그래도 아름다웠던 청춘의 날을 회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누가 말했듯 늙으면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말이 있듯 누구나 추억은 있고 지나고 보면 추억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날의 번뇌와 고뇌와 비애의 쓰디쓴 추억이 있다 해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또한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한때였습니다. 청춘의 날을 생각하면 녹슨 가슴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폐선의 기관처럼 멈추었던 심장의 고동도 힘찬 박동을 시작합니다. 서산에 해가 지듯 나의 인생길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움처럼 석양에 노을이 물들면 나는 매양 바닷가에 앉아 소중한 나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닷가에 앉아 생각이 깊다 보면 끼니도 잊은 채 밤이 이슥하여 발길을 돌립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사는가, 망각의 여백 속에 묻어 둔 추억이 살며시 고개를 들 때면 감당할 수 없는 그날의 아우성으로 가슴앓이를 합니다. 전설처럼 지나간 날 산사의 길은 하얗게 달빛이 쏟아지고 전나무 숲에는 산새도 잠이 든 밤, 산허리에는 젖빛같은 안개가 흐르고 멀리 포구에서는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뱃노래 소리가 처량히 들려왔습니다. 그대와 나의 티 하나 없는 순백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신이 새긴 문신처럼 사랑의 정을 영혼에 각인을 하고 내소사의 밤은 그렇게 싶어만 갔습니다. 이제는 소중하게 묻어둔 추억이야 누가 탓을 하고 흉을 보랴만 나의 생에 아름다웠던 알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니 어느 윤회의 길목에서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오. 후회도 슬픔도 지난 일이지만 때때로 밀물같이 밀려오는 그리움으로 지난 날을 회상하며 행복했던 날을 추억 합니다. 인생의 길이 구만리나 되는 줄 알았더니 순간이고 잠깐이었습니다. 청춘도 사랑도 흘러가버린 세월에 세상사람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살겠지만 나의 추억이 더욱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걸 어이 합니까. 세상에 태어나서 그대를 사랑했기에 행복하였고 환혼 길에도 그리운 사람하나 있다는 것은 외롭지 않은 길입니다. 봄이 오면 쓸쓸한 언덕에도 파랗게 새싹이 돋아나듯 그대 생각이 무성히 돋아납니다.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늙은이라고 다를 바가 없나 봅니다. 계절 따라 감성의 기복이 주름이 지고 골이 패이니 미묘한 마음을 자신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이제는 세상의 소리에도 무심하려 하며 소중한 나의 추억을 반추하며 바닷가의 어옹이 되려 합니다. 지난날을 한탄하는 소심함을 버리고 강물이 흐르듯 세월이 가는대로 다소곳이 살으려 합니다. 달빛 고운 봄밤이 그리움을 덧치게 하고 마음을 산란하게 하였나 봅니다. 이제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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