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생을 이어준 찰나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7.04.12 22:55 수정 2017.04.12 10:59

조덕연칼럼-생을 이어준 찰나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의사의 말을 절대 맹신하지 마라. 각종의료사고 사망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 지나간 통계이지만 지난 2014년말 통계에 의하면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6,000명인데 반해 의료사고 사망자는 1만 7,000명으로 거의 3배에 이른다는 통계다. 뜬금없이 웬 의료사고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나 나에겐 어리석었던 한 순간이었다. 한참 팔팔할 때 각종 운동과 몸놀림으로 활기찬 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그러니까 35년 전쯤 일로 기억된다. 거의매일 약국에 들려 파스, 안티프라민을 바르며 근육을 풀어주고 있을때다. 어느 날 약국 앞을 지나는데 약사가 급히 나오며 나를 부른다. 얼굴이 빠져보이는데 어디 아픈데가 없는 지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무일 없다고 따돌리고 집에 왔는데 약사의 전화다. 한동안 약국도 뜸하더니 몸이 안좋아 보인다며 대포집으로 불러낸다. 앉아서 이야기 끝에 내 사정을 이야기하게 된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좀 더 잘 아는 명의에게 가서 검진을 받으려고 전주에서도 당시 이름있는 내과에서 검진한 결과 위암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암은 곧 죽음으로 통하던 시절, 그것도 유명한 원장의 진단이 암이라니 나는 아연실색, 잘먹던 술도 끊고 며칠을 고심 끝에 혼자 결정을 내린다. 그냥 나 혼자 죽으면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 셋을 거닐고 병 수발하다 그냥 가버리면 살아있는 자들의 고생은 자명한 것! 그냥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참고 있다가 떠나가면 남은 사람들이 치료비라도 아껴 조금은 나으리라는 단순한 사고에서 나 혼자 내린 결정을 나는 지금 실행하고 있노라 털어 놓는다. 사실 진단결과를 안지 20일이 채 안되는데도 나의 몸 상태는 죽음으로 급히 치닫고 있었다. 식욕이 떨어지고 의욕을 잃은 생은 피폐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매일 생활이 즐겁기만 했던 것에 반해 매사가 소심하고 매일 다니던 운동도 접고 혹시나 가족이 알까봐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소일하고 아침이면 재잘거리며 학교에 가는 초딩 큰 딸을 바라보며 홀로 눈물을 훔친 날도 여러 날! 생을 포기한 삶은 죽음보다 더욱 어두웠다. 거울을 보면 눈가에 검은 주검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고 웃음은 저승사자에 짓눌린 힘없는 악귀의 모습과도 같았다. 함께 근무하는 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걸어와도 저 세상에서 나의 삶을 비웃는 모습으로 들려 나는 힘없이 피식 웃는 것이 전부였다. 만나면 즐겁던 친구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대상으로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처지였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약사는 나의 손을 잡고 택시를 부른다. 약국이 바쁨은 나중이고 나를 태워 당시 부안에서는 유명했던 터미널 근방 내과로 안내했다. 사진찍고 청진기대고 한 30분간 진찰하더니 그 원장 내손을 잡고 가까운 맥주집으로 간다. 가망이 없으니 술이나 한잔 하자는 배려로 생각하고 그가 시키는데로 생맥 500cc잔을 거뜬히 치운다. 한잔 더 권하며 그 술을 마시기 이전에는 진찰 결과를 말해주지 않는다. 함께 고별이라도 하듯 건배하며 술을 시원히 들이키고 나서 모든 걱정이 스스로 사라지고 속이 시원해진다. 원장 하는 말이 당신 위는 그 이상 건강할 수 없다한다. 약사와 의사 함께 나누어 마신 술 덕분에 나는 그날이후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원장이 나에게 당부한다. 오진한 그 병원 원망하지 말라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 그걸 생각하면 나의 마음이 악해질 수 있으니 그 사건 자체를 지금 이 술과 함께 잊으란다. 나는 그 고마운 마음을 깊이 간직하며 지금도 평안히 살고 있다. 내가 어리석었음은 다른곳에 가서 다시 진찰을 받아볼수는 없었는지, 귀중한 생명을 한 낫 인간의 한 말에 포기할 정도로 어리석었는지, 생각하면 웃지 못할 이야기다. 나는 그 약사는 물론 의사와 함께 지금 한 하늘아래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