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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천년의 숨결 운문사를 가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6.12.21 22:12 수정 2016.12.21 10:16

조덕연칼럼-천년의 숨결 운문사를 가다.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대한민국 최대의 비구니 강원(講院)이 있는 곳 운문사! 산이 깊고 물이 맑아 자연경관이 수려한 호거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의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다. 서기 560년(신라 진흥왕 21년)에 한 신승에 의해 창건된 이 사찰은 깊은산과 운문천에서 흐르는 많은 물로 천 아래에 운문댐이 위치하고 운문천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아름드리 천년고송에서 품어 나오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니 상쾌함으로 몸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오르는 길은 차도와 인도로 구분되어 있어 인도로 오르니 황톳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양면에는 꽃무릇과 꽃밭이 정교하게 손질되어 있어 가는길이 정겹다. 물 위를 지나는 곳곳은 데크로 깨끗하게 다듬어져 오르는 발길이 가볍다. 절은 산으로 둘러싸인 너른 분지에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절문에 들어서니 첫 느낌은 고요함이다. 그리고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너른터에 삼십여개의 크고작은 전각이 배치되어 있는데도 어느 곳 하나 흐트러짐 없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어제 지나간 태풍으로 절 밖은 온통 나뭇가지가 널려있고 쓰레기가 흐트러져 볼상사납게 느껴졌는데 안에 들어서니 문하나 사이인 밖과는 별개의 세상인 듯 차분하고 조용하다. 이렇게 만들어지기 까지는 스님들의 손길이 밤새 움직였을 것이다. 수도하는 여승의 염불소리에 텅빈 가슴을 떨치듯 보고픔이 사무치고 그리움이 속삭이는 고요함이 흐른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반송이다. 이 소나무는 크기도 크지만 그 단아한 모습에 보는 이 모두 감탄한다. 우산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원을 만들고 땅을 기어가듯 뒤덮으며 자라고 있으니 나무가 바닥에 처져있다 하여 “처진 소나무”라는 별칭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이 소나무는 높이가 9.4m, 둘레가 3.5m나 되는 보기드문 희귀한 소나무다. 수령이 400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어느 고승이 시들어진 나뭇가지를 주어서 꽂았다는 전설이 숨어있다. 운문사에 있는 비구니 승가대학에는 250여명의 여승들이 상시 수행을 하고 있는데 이곳 스님들은 이 소나무를 스승으로 섬긴다 한다. 이 노송은 자랄수록 낮은 자세이기에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의 겸허함을 본받는 다는 것이다. 매년 3월 삼짇날은 승가대학에서 교육을 마친 비구니 스님들이 막걸리 열두말에 물 열두말을 섞어 노송에게 공양을 하는데 막걸리는 쇠약해진 소나무를 살리고자 한 선대스님들이 고안한 지혜라고 한다. 운문사 가람(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곳)은 남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입구쪽 사찰의 중심 전각들이 자리잡고 있다. 33개의 크고 작은 전각들이 있는 운문사에는 승가대학과 사찰로 구분되는데 운문사 승가대학에서는 한국 불교사의 최초 비구니 전문강원으로 비구니들의 승가교육을 운영하고 있어 상시 250여명의 비구니들이 공부하고 있다. 새벽 4시 무명을 깨우는 소리 하늘과 땅이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나면 산사도 조용히 눈을 뜬다. 산사의 하루는 도량석 목탁 소리로 시작된다. 도량석 목탁소리는 작은 소리에서 다시 큰소리로 목탁이 세 번 오르내림으로 시작된다. 작은 소리에서 시작함은 마음을 놓고 있는 미물과 도량내의 모든 식구에 대한 배려요 큰 소리는 작은 소리에 미처 듣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하루를 알리는 힘찬 외침이다. 산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배우는 스님들이 한두권씩 책을 가져와서 회성당 한쪽에 작은 서고를 만들었던 것이 기초가 되어 지금은 19,000여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배우는 사람들이 100여명씩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삼장원’, 석가세존의 유훈을 이어받아 자장율사의 율맥을 계승하여 수행자의 청정지계의 가풍을 확립하고자 설립된 ‘보현율원’, 쭉 뻗은 소나무 사이에 놓여있는 깨달음의 요람, 산속의 차가운 바람과 호거산 학소대에서 흘러내리는 양수도 이들을 비켜 간다는 ‘문수선원’, 치열한 정진에 입선과 방선 시간이 따로 없고 밤낮 구별도 없는 선방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24시간 정진에 정진 수행하는 수도승들의 정진이 세상에 빛이 되어 항상 평화가 깃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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