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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촛불을 밝히고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6.11.25 22:01 수정 2016.11.25 10:06

송성섭칼럼-촛불을 밝히고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소리 낙엽이 지는 소리 가을이 오고,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잦아집니다. 젊어서부터 앓았던 계절병이지요. 깊은 밤 촛불을 밝히고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지난날을 회상 하는 것이 늘그막의 나에게 유일한 낙이 되었습니다. 가슴 저리던 아픔도 회한도 잉걸처럼 타올랐던 청춘의 날도 신열로 지새웠던 많은 날도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이제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은 그 또한 지나가는 것을 왜 그리 고뇌하며 한탄하고 괴로워했던 것인지 지금 생각하면 한 낱 봄꿈에 지나지 안했던 무산의 운우였습니다. 아름다웠던 날 그대가 있어 나는 행복 하였고 추억 속에 그대가 있기에 지금도 나는 행복합니다. 한세상 살면서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의 인생은 삭막한 사막과 같은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이승의 다리를 건너 저승에 가는 날도 내 가슴을 내어준 사람이 있기에 한세상 미련 없이 편히 잠들 수 가 있고, 어느 윤회의 길목에서 우리 서로 만난다 해도 잊지 않고 정다운 미소로 반기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많은 날이 지나고 말아 무디어진 감성과 연모이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불씨 하나 꺼지지 않고 그리움은 언제나 내 가슴에 촉촉이 젖어들어 소태같이 쓰거운 외로움을 앓지만 나이든 망령이라 탓하지 말아주오. 머리는 서리가 내리고 금이 간 얼굴은 나 자신도 생경하지만 때로 밀물처럼 밀리어 오는 그리운 마음이야 어쩔 수 없으니 사람들아 늙어 주책이라 비웃지 말아다오. 세월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갔느니 지난날 그대를 사랑했던 나의 맑은 영혼을 티 없이 간직 하고픈 것은 빈자가 보석을 아낌보다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종심을 넘은 나이이지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소년의 마음입니다. 달빛이 고운 밤이면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인어 아가씨에 홀려 바닷가를 맴돌고, 그대 부르는 소리에 뒤 돌아 보면 환영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초라한 내 어깨위에 가을 밤 추위가 무겁기만 합니다. 아스라이 먼 날인 것도 같고 엊그제 일인양도 같은 추억의 한 단면들이 나를 들쑤시는 날에는 촛불을 켜놓고 밤을 지새웁니다. 잠 못 이루는 깊은 가을밤 눈을 감으면 산국의 꽃잎 지는 소리, 낙엽을 스치우는 바람소리가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 어제 같은 오늘이, 오늘 같은 내일이 할 일 없고 무기력한 늙은이의 나날이 반복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딱히 할 일도 할 줄도 모른 체 무심한 세월만 죽이는 하잘 것 없는 인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 마지막 촛불이 타듯 나의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조급해 지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저 한세상 살아 온 것이 허무할 따름입니다. 오늘 밤도 뜰 앞까지 밀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못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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