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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안전 불감증은 나에게 있었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6.10.27 17:01 수정 2016.10.27 05:06

조덕연칼럼-안전 불감증은 나에게 있었다.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기상청은 지난 4일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하게 유지되어 태풍 ‘차바’가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북진하면서 5일 낮에는 경남 해안을 스쳐 오후에 동해 남부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풍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보면 4일 오후 제주에서 시작하여 5일 12시 울산으로 이동되며 초속 35m의 강한 바람과 더불어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도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제주에는 이미 400mm가 넘는 비를 뿌리며 북상하니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지난 5일 아침 우리일행 8명은 평소처럼 스타렉스 한 대를 렌트하여 여행을 떠난다. 7시에 부안을 출발하여 12시에 울산에서 점심식사를 한후 태화강 주변을 관광하고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운문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계획된 코스였다. 출발하기전 진주에 사는 딸이 전화가 온다. 경남쪽으로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니 코스를 바꿨으면 하는 우려의 전화였다. 또한 운문산 휴양림관리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취소해도 위약금을 받지 않을터이니 취소해도 무방하다는 전화였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모두 별일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계획대로 콧노래를 부르며 출발했다. 진안을 넘어갈쯤 빗줄기가 세차게 몰아붙인다. 와이퍼가 가장 빠르게 설레발쳐도 시계확보가 어려울정도의 세찬비다.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장안 휴게소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차량이 앞으로 갈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차량이 흔들려 핸들조작이 어렵고 위험했기에 바람이 거센 동안을 휴게소에서 보내기 위함이었다. 휴게소의 모든 차량은 주차선과는 무관하게 바람부는 방향으로 주차해놓고 기다린다. 탑차 한 대가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무기력하게 기우뚱거리다가 담벼락에 처박힌다. 주요소의 간판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간이 휴게소의 지붕이 날아간다. 조경으로 심어놓은 소나무가 하나 둘 무기력하게 넘어져가고 승용차 문에 대어진 물받이가 떨어져 나간다. 휴게소 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절제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한것이다. 재해가 있을때마다 우리는 안방에서TV 시청으로 이미 몇 번이고 보아왔던 상황이지만 그 위기가 나에게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상황이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갈 상황도 아니다. 한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주시하며 기다리던 중 일행중 하나가 화장실에 가려고 차문을 연다. 세찬 바람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상상도 못할 바람의 힘이다. 간신히 바람의 틈을 이용해서 차문을 열고 화장실에 다녀온 순간 차문을 열려고 하나 문은 열리지 않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 차문의 손잡이를 붙들고 버티던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바람에 날려 버린다. 차뒤에 떨어져 엎드리고 간신히 차안에 들어 왔으나 함께한 모두는 어이없어 말을 잃는다. 모두가 걱정 어린 눈초리리로 상황을 살핀다. 다행이도 팔꿈치에 약간의 타박상외엔 별다른 부상은 없다. 위기의 순간이었다. 차의 문을 잡고 버티고 있는 사람을 날려버린 바람이었으니 그 위력은 가히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시간은 정오였다. 라디오에서는 태풍이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간 더 머물다가 바람이 약해지는걸 느끼고 서서히 움직인다. 시내는 이미 물바다가 되어있다. 산에서 흘러 들어오는 황토물로 도로까지 물바다가 된 것이다. 저지대에 있는 주차장에는 꼭대기만 보이는 차량이 즐비하다. 집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과수원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져 있다. 넘어진 가로수가 길을 막는다. 그 빗속에서도 소방공무원과 중장비를 동원해 피해를 복구하는 공무원들의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울산에 들렸을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온한 날씨에 햇빛이 강하게 작렬한다. 늦은 점심식사 후 지역 주민의 상황설명을 듣고 차량을 움직인다. 태화강의 모습은 처참하다. 고수부지에 박혀있던 차량들은 그 모습이 각각 다르다. 침수될 때 물결에 휩쓸린 차량은 곤두박질 박혀 있거나 차량위에 차량이 겹치는 등 당시의 험악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그 수가 어림잡아 수백대는 넘을성 싶다. 재해는 항상 우리곁에 도사리고 있다. 초속 35미터의 강풍을 동반한 많은비를 예고했으면 저지대의 차량을 높은 곳으로 옮겨 놓을수는 없었는지 그 위험한 상황에서 꼭 그곳으로 여행을 가야만했는지 안정불감증은 내안에 있었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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