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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그곳에 천사가 살고 있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6.08.11 18:21 수정 2016.08.11 06:24

조덕연칼럼-그곳에 천사가 살고 있다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내가 그곳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4월초다. 장기간 요양에 긴 병치레를 하신 어머니와 사별한 후 그 허전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을 즈음 나의 부분적인 멘토인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다. 기능 기부를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그의 주문에 생각할 겨를 없이 허락해 버린 것이 소박하고 순수한 천사들과 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가락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풍물, 난타, 드럼 등 타악기를 다룬 기억이 있어 흔쾌히 승낙 한 것이다. 요양원이라 해서 주소를 내비에 찍고 도착하니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호화스런 건물도 아니고 위치 또한 한가한 시골 마을의 한가운데 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작은 마을 가운데 위치한 공동체였다. 이름 하여 ‘야고바의 집’, 이름을 들으면 성경이 떠오르고 대충 짐작하여 알 수 있는 시설이다. 이곳은 수녀님 세분이 운영하고 있는 천주교 요양시설중의 하나로 몸이 불편하신 노인들 여섯 분이 보호를 받고 있는 시설이다. 더 많은 분을 모실 수 있는 공간 또한 준비 되어 있다. 첫눈에 느끼는 그분들의 인상은 소박한 천사의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몸이 불편하면서도 평온한 모습을 지닌, 세상의 때로부터 벗어난 순박한 모습에 욕심 없어 보이는 평화의 천사 이었음을 직감한다. 그들에게 요구한 나의 멘토의 바램은 두드림의 악기를 다루어 심신을 달래주었으면 했으나 구성원의 나이가 가락을 익히기엔 무리라고 생각이 들어 선택한 것이 ‘다듬이 질’ 이었다. 90이 넘은 분이 세분 그리고 다 80이 넘은 나이에 일부는 선망증 까지 보여 그분들이 왕성했던 시절 어려운 살림 추리고 한복을 다듬질 한 경험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년을 훌쩍 넘겼다. 추억을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세상이야기에 계절의 변화, 그리고 그 시절 있었던 사건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즐거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수요일 오후가 되면 돌발적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들을 찾는다. 소박한 천사들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에 서울에서 여학교를 나온 규수도 있고 평생을 교육에 몸 바치다 교장으로 정년을 마친 분, 어렸을 때 귀한 집 며느리로 시집가서 낳은 자식 모두를 젖을 때기 전에 저 세상으로 보내고 외롭고 고독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분, 그리고 젊음을 불살라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좋은 가족 남기게 되어 행복하시다는 분, 가까운 거리에 사시면서 요양원 분위기가 좋아 찾아온 분등 모두가 각기 다른 생을 살아 왔음에도 그들에게는 어느 병실이나 요양병동에서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이 묻어 있다. 특이한 것은 누구의 시킴이나 인도함이 없이도 자연스레히 위계질서가 존중된 공통체임을 직감할 수 있다. 항상 따뜻한 웃음과 대화로 대하는 수녀님들의 영향 또한 작용 했으리라. 봄이 오는 시기인 어느 날 두 분의 천사가 보이질 않는다. 심한 감기로 병원에 입원하셨단다. 공동체의 분위가 또한 어둡다. 천사들은 그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동안 보다 더욱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대한다. 만날 때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 주고 헤어질 때 손을 맞잡고 눈빛인사를 나눌 때는 그들의 눈빛 안에서 아스라한 불빛이 보인다. 희망의 끈이 그 안에 길들어 있음이 뚜렷하게 보인다. 두 달 후 그들이 왔다, 분위기는 더욱 업 되어 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어두움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는 천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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