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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내 영혼 위에 내리는 어두움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5.11.27 14:46 수정 2015.11.27 02:40

송성섭칼럼-내 영혼 위에 내리는 어두움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황혼의 바닷가에 앉아 나는 생각이 깊어 갑니다. 가을이 깊어가니 물색도 변하고 하늘색도 변해 갑니다. 단풍 소식도 들려오고 고향의 산허리에는 산국도 활짝 피었습니다.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리어 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충만하지 않아서 외로움이 가슴속을 절절히 흐르는 것일까요. 꼭 그렇다고 단정 지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외롭고 늘그막에 자식이나 손주가 있어도 자신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인생의 길이 외롭고 마지막 길도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혼자 가야하는 이로운 길입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 외롭다는 푸념입니다. 나도 가슴 한 쪽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외롭다 말하며 한잔 술로 서로의 심사를 달래 봅니다. 계절의 탓도 있겠지요. 가을은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이니까요. 더욱이 나이를 먹고 늙어 갈수록 외로움은 절실 합니다. 고독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리어 오면 마음을 감당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젊어 한때는 치열한 삶속에서 허둥거리며 생활의 틈바구니에서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내 이름 앞에 무슨 거창한 직함을 가져 본적도 없었습니다, 기업체를 경영 한 적도 명예를 앞세워 권한을 가져 본적도 없는 밑바닥 인생이었습니다. 다만 인간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헐떡이며 살아 왔습니다. 세상을 향한 반역의 칼도, 혁명의 깃발도 들지 못한 체 굴종의 세월을 살아간 가장 허약하고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나 생활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세상 사람이 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세상일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입니다.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대단한 문장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심오한 철학이나 문학에 대한 열정도 별로 없는 천학비재한 자신의 능력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글을 한편이라도 쓰고 싶었으나 신산한 삶속에서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인생의 고개를 넘어 이제 생각이 깊어지나 세월에 녹슬고 피폐해진 나는 글다운 글 한줄 쓰지 못하는 무지렁이가 되었습니다. 신곡을 쓴 ‘단테’ 는 “우리 삶의 노정 중간에서 올바른 길을 잃어버린 나는 어느 어두운 숲속을 헤매이고 있었다” 그는 지옥편 제 1 곡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단테의 말처럼 나는 삶의 노정에서 올바른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가 생의 고개를 넘어온 것이 아닐까요.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고 가슴 아픈 일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길은 순간의 꿈이기도 하였고 긴 꿈이기도 하였습니다. 되돌아 갈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지나온 삶의 노정을 생각하는 것은 허무한 일이며 회한만 깊게 할 뿐입니다. 똑같은 강물에 손을 두 번 씻을 수 없듯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이치를 알만한 나이가 되니 백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산한 가을바람을 타고 바닷가 갈대 밭에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할 일은 많은 것 같은데 주어진 시간은 짧고 황량한 폐허에 내 영혼에도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 합니다. 인생은 나그네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잠 못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다는 법구경의 구절처럼 깔끄막처럼 평탄하지 못했던 삶의 여정에 나그네 길은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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