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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5.08.26 15:36 수정 2015.08.26 03:32

송성섭칼럼-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다
 
ⓒ 디지털 부안일보 
젊은날 어른들께서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어깨야” 하시며 어깨나 허리를 두두리며 “날 궂칠랑 개비다” 하시면 영락없이 꼭 비나 눈이 오던 생각이 납니다. 비나 눈이 올때는 기압의 변화가 일겠지만 사람의 육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즈음 내 육신도 날씨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때가 있습니다. 날이 궂을 기미가 보이면 어김없이 육신이 먼저 눈치를 채고 몸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것은 강물만이 아닙니다. 세월도 인생도 흘러갑니다. 열정과 용기도 녹슬고 말았습니다. 요즈음을 백세시대라고 합니다. 과연 오래 산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하고 바람직한 일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운명은 내 마음대로 할수 없는 일이고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옛말도 있으며, 무병장수는 인간이 추구하는 절대 가치이지만 나이를 먹게되면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흉하고 정신은 흐리며 기력은 쇠하니 오래 산다는 것이 꼭 행복한 일만은 아닌가 합니다. 옛날에 오래 사는 노인을 두고 자식이나 손주의 명을 이어 오래산다고 손가락질을 하였으며 또한, 참척의 고통이 오죽하였겠습니까. 경제가 어려워지고 젊은이들이 제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노인의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나그네처럼 왔다가는 것이 인생이요, 오고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스스로 주검을 맞이하는 노인의 고독사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미물인 까마귀도 제 어미에게 반포를 하는데 각박한 세태에 효도는 옛말이 되었으며 국가도 노인의 고독사를 방기하는 것입니다. 노인문제는 국가와 사회에서 제도와 관심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요양병원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몸이 불편한 노인을 돌볼수 없으니 산 송장으로 보내지는 것이 현대판 고려장인 보통의 요양병원입니다. 세월이 원망스럽고 세월이 두렵습니다. ‘생자필멸’이라 하였으니 모든 것은 나고 죽는것이 정한 이치이지만 어떤 종교에도 귀의하지 못한 나 같은 범부의 마음은 주검에 대한 공포가 없을수 없겠지요. 연산기의 성현은 임종시에 “산다는 것은 떠도는 것이요, 죽는다는 것은 쉰다는 것이다”하였으니 나는 성현의 마음의 여유가 부럽습니다.노인이 되면 어느 순간 자신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느낄때가 있습니다. 생의 저녁에서 생존의 의미보다 참되고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비움’의 의미, 욕망과 집착을 비운 늙은이는 빈 마음을 무엇으로 담아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가슴속 한점 티끌도 쓸어내며, 늘그막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간다면 주검도 의연하게 맞이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엊그제 청춘이었는데 벌써 주검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세월이 무상합니다. 무쇠처럼 단단했던 몸은 세월에 장사없듯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병원에는 노인들이 넘쳐나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땅거미가 지고 어스름이 적막하게 내리면 온 천지에 나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차마 바닷가를 떠나지 못하고 흐르는 물결을 무심히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가슴에 샘물이 고이듯 슬픔이 넘치면 늙인이의 주책이랴 생각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한 세상 지난한 삶도, 그리움에 지친 사랑도 이제는 망각의 뒤안으로 떠나보내고 세상 미련도 훌훌히 털어버리고 정리해야 하며 준비할때가 멀지 안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이런 구절을 남겼지요.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나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게 살지는 못했지만 늘그막이라도 조금은 부끄러움을 덜고 가고 싶습니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하늘에 개밥바라기 별하나 또렷합니다. 오늘도 나는 외로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립니다. <서림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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