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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슬픈 어느 인생이야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4.08.29 14:12 수정 2014.08.29 02:11

조덕연칼럼-슬픈 어느 인생이야기
 
↑↑ 조 덕 연 서림신문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내가 그를 만난것은 뉴질랜드 여행길에서다. 남섬 퀸스타운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북섬 오클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8월 7일 11시50분 이었다. 깡마른 체구에 뿔태안경을 쓴 그는 남루하게 보일정도의 허름한 차림이었으며 여행가이드로 보기에는 너무 힘이없이 지쳐보였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에서는 광이날 정도로 예리해 보인다. 그의 첫 일성은 이랬다. 내가 가이드를 하는 이유는 한국사람이 그리워서 선택한 길이며 3박4일 동안 여행안내를 한 대가는 25만원 정도인데 가이드를 하기위해 자기집인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에서 오클랜드까지 오가는 비행기 값이 52만원이 들었다 한다. 손해를 보면서 일을 즐기는것은 고국인 대한민국의 정을 못잊어서라고 설명한뒤 세밀한 여행일정을 작성하여 안내하는 그에게 우리일행은 빠져들고 있었으며 버스안에서 세시간 동안 그의 슬픈 인생이야기를 듣고난 우리 일행은 백년이상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매료시켰다는 와이토모(마오리어로 구멍따라 흐르는 물) 반딧불 동굴에서는 그에게 동요되어 애국가를 부르고 대한민국을 외치는데 유치하다는 생각을 한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61년생인 그가 뉴질랜드로 이민 온것은 20년 전이었다고 한다. 7형제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귀공자였다. 그의 아버지는 대기업의 총수였고 유명한 배우였던 미모의 그의 어머니는 그를 낳기만했지 기르는 것은 유모 차지였고 자라면서는 가정교사에 경호원에 이끌려 항상 길들여졌기에 부모에 대한 정을 맞보지 못한 생활이었고 경기고등학교와 한양대 의예과를 졸업한 그의 학력 또한 그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의 아내는 소설가 황순원의 대표문학을 영화화한 1978년의 추억의 영화 고영남 감독의 소나기의 여주인공이었던 청순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부자인 아버지와 미모의 배우출신인 어머니 그리고 청순한 아내와 결혼한 남부러워할것 없는 이사람이 지금의 모습은 삶을 포기한 슬픈 부랑자의 몰골 그 자체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그에게서 풍기는 삶의 흔적은 너무도 지쳐보인다. 우리의 호칭을 엄마 아빠로 부르는 그는, 어렸을때 친구와 함께 뛰놀고 학교에서 학우들 집에도 다니며 자연스레히 인간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온 우리를 행복한 인생이라 부럽다한다. 돈에대한 고통도 느껴가며 이웃에게 도움도 청해보고 도움도 주는 사람 냄새나는 삶, 부모님 돌아가시고 그에게는 형이 여섯인데 20년전에 연락이 끊긴 후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도 못하며 알 이유도 없다고 단언하는 그의 눈에서는 독기가 서림을 느낄수있다. 젊었을때 고생한 대가로 노년에 여행하는 모습 좋아보인다는 말과함께 서로 다투기도하고 아웅다웅 살아가길 바란다는 그의 작별인사의 여운이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지금 우리의 삶, 비록 녹록지는 않아도 우리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나는 그 슬픈 인생의 주인공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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