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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가까워지는 종점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4.02.13 21:31 수정 2014.02.13 09:31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어느덧 한해가 가고 갑오년 새해가 시작 되었습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가고 흐르는 세월 속에 인생도 저물어 갑니다. 작년 한해는 많은 날을 우울하고 암울한 고통 속에서 병마에 시달리며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나이가 종심에 이르다 보니 장애자 아닌 장애자가 되고 밤마다 회한만 쌓여 갑니다. 항상 젊은이 그대로인줄 알고 절재 없이 보낸 방탕한 세월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습니다. 육신을 혹사했던 지난날의 죄 값을 받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살쩍에 흰 머리카락 하며 골 패인 얼굴은 지난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어쩌다 거울을 볼 때면 생경한 얼굴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육신은 늙고 병이 들었어도 나는 아직 초록 빛 마음입니다. 아름답고 쓸쓸한 청춘의 뒤안길에서 젊은 날의 고뇌와 열정과 꿈도 이제는 빛 바래인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겨울 찬비가 창가에 스치웁니다. 어제인 것도 같은 아니, 오래된 기억들이 실타래 풀리듯 지난날의 추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종점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이 회상에 의식 밑바닥에서 침참했던 편린들이 반짝하고 어느 순간들이 생각 날 때면 나는 나이를 잊고 녹슨 가슴에도 소년처럼 상기된 얼굴이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허무하게 세월이 가고 그 세월이 지나고 나면 나는 어느새 생의 종점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삶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시간의 흐름 속 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한때 어느 도시 변두리 버스 종점 부근에서 기거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차편까지 끊기면 인적이 드문 종점은 언제나 스산한 바람만 불고 길가에는 쓰레기만 구르는 황량한 빈터엔 이따금 주인 없는 야윈 개 한 마리 헐떡이며 쏘다녔습니다. 어떤 종점이든 종점은 언제나 헤어지는 슬픔만 있습니다. 술에 취한 술꾼도, 차에서 내린 마지막 손님까지 총총히 가버리고 나면 종점은 적막한 어둠만 흐르고 창문을 흔드는 찬바람 소리에 타향의 나를 외롭고 슬프게 하였습니다. 추위와 고독과 슬픔이 범벅이 되어 나는 삶의 끈을 놓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암울하고 막막했던 시절. 그대는 따스한 입김으로 나의 언 몸과 마음을 녹이고 사랑과 용기와 위안으로 나를 다독이곤 하였습니다. 이십여 년만의 해후는 우리 가슴에 다시 사랑의 불씨를 지피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에 절망도 하였습니다. 잊지 못할 사람이었지만 지나간 세월이었고 잊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대 어느 하늘 아래에서 행복한 세월의 고개를 넘기를 기원합니다. 사람이 육신이 노쇠하고 병마에 시달리면 후회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젊은 날 빈민으로 자학하며 방황했던 한때의 청춘을 술잔 속에 묻어버리고 허망하게 보내버린 많은 날들은 돌이킬 수 없는 회한입니다. 종점에 가까운 인생 너무 멀리 지나친 생의 길목에서 어떤 기대와 희망이 아직 남아 있겠습니까. 다만 이 겨울 한 마리 벌레처럼 동면의 날이 지나면 새봄 새싹이 돋아나듯 그 초록의 계절에 생기를 되찾아 놀이 고운 하늘가 마지막 나래를 회개하는 나의 작은 소망을 이루게 하소서. 팍팍한 세상, 비빌 언덕조차 없는 사람들아! 다가오는 날들은 부디 안녕하시기를……. 한겨울 내리는 비는 마음을 시리게 하고 뼈 속까지 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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