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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홀로 차를 마시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3.08.27 21:48 수정 2013.08.27 09:48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장맛비가 남쪽으로 내려온다는 기상예보대로 새벽부터 소낙비가 한참 퍼붓더니 구름만 얕게 깔리고 비는 그쳤습니다. 이렇게 궂은 여름날은 애호박 부침개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면 갈증도 가시고 더위도 잠시 잊으련만 이곳 섬은 시장이 없고 호박이며 가지, 오이 등을 파종할 시기에 내가 몸이 아파 입원한 탓에 아내가 병구완을 하느라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실기를 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됩니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어찌 가을에 수확을 기대할 것이며 젊어 배우고 익혀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사회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세상에는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부가 땀흘려 씨앗을 뿌리면 그 노동의 대가만큼 거두게 될 것이고 사람은 악을 행하면 악이 돌아올 것이며 선을 행하는 사람은 선이 돌아옴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것은 자신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언젠가는 보람된 열매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뒤 땅이 촉촉하여 국화 몇포기를 얻어 창문 밖 빈 땅에 정성스레이 심었습니다. 가을이 오면 창호를 열고 아름답게 피어난 국화를 보며 나는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어느 가을날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이란 커다란 물질이나 명예나 권력에서 오는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작고 하찮은 것도 마음먹기에 따라 즐거운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먹고 사는 것도 호텔이나 일류 음식점에서 진수성찬에 상다리가 휘어지듯 차리는 호사도 있겠지만. 오늘같이 비가오고 출출한 날 아내가 마련한 비빔국수 한 그릇이면 행복이 배가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잘사는 사람도 하루 세끼니를 먹고, 못사는 사람도 하루 세끼니를 먹는 것은 매일반입니다. 자기분수에 맞게 세상을 처신하면 대과 없는 자기분수에 맞게 과욕은 사람의 몸을 망칠수 있기에 지혜있는 사람은 금기로 여겼습니다. 옛날 춘추전국시대 월왕 구천의 신하 문종은 "높이 나는 새는 미식을 탐하다 죽고 깊은 못에 노는 물고기는 미끼에 걸려 죽는다"고 말하였습니다. 쌀 아흔아홉섬을 가진 사람이 한섬을 탐내 백섬을 채우려는 과욕을 흔히 볼수 있듯 과욕은 언젠가는 패가망신의 빌미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억만금을 쌓아둔 사람도 한푼 없이 청빈한 빈손입니다. 태어날때와 죽을 때는 어느 누구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창호밖에 무료한 시선을 던지니 꽃도 피지 않은 국화이파리에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 있습니다. 꽃은 피지 않했어도 이파리에 향기가 풍기나 봅니다. 하기야 세상은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이루 말할수 없이 많습니다. 겉모양 보다 속내가 아름다워야 진짜 아름다움입니다. 언젠가 나는 꽃이 시들때 그 추한 모습이 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꽃을 심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으나 추한 모습 또한 시드는 나의 모습이려니 생각하니 애잔하고 가련한 마음으로 나를 보듯 그렇게 보게 되어 한포기 국화를 심어 봅니다. 꽃이 지면 나는 서러워합니다. 살쩍에 흰 터럭이 나고 고랑처럼 패인 얼굴의 노인네가 꽃이 진다고 서러워한다면 세 살 먹은 아이도 웃을 일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마음은 더 여리게 되는지 종심에도 눈물이 많은걸 보면 갈날도 그리 멀지 않았나 봅니다. 바람이 부는 날엔 창호를 열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파도 소리가 나의 방문 앞까지 밀리어 옵니다. 적막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얼마전 지인이 보내준 찻잔을 꺼내 깨끗이 닦고 찻물을 끓입니다. 마침 녹차가 조금남아 있기에 나홀로 청승스레이 차맛을 음미해 보렵니다. 상념이 쌓이고 쌓여 무겁기만 합니다. -장마가 오락가락하던 7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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