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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금연에 대하여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3.06.25 20:25 수정 2013.06.25 08:25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그대와 나와의 인연은 50여년을 헤아리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하루 한시도 떠날 줄 몰랐다. 신산한 삶에서 슬프고 괴로울 때, 울화가 치밀어 분노가 들끓을 때, 그대는 내 마음을 다소곳이 어루만져 주었다. 계절이 슬플 때가 있었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살쩍에 흰 터럭이 늘어가고 고랑처럼 골이 패인 모습을 보면 나도 몰래 그대를 찾았다. 어느 봄날 한 이파리 꽃잎이 소리 없이 저갈 때, 장대처럼 퍼붓던 장맛비에 초가의 토방에 낙수가 질 때, 하루의 마지막 저녁놀이 저갈 때, 푸르렀던 나무 잎이 단풍이 들어 이 땅에 종헌을 고할 때, 송이송이 대지의 추한 곳을 덮고 함박눈이 내릴 때, 나는 오래된 선창가 목로주점에 앉아 그대와 같이 슬픔을 달래며 위안을 삼았다.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바뀌고 나는 전화번호부에서 친구나 지인의 이름을 지우며 가슴이 저려옴을 느낀다.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삶을 산다고 하였다. 다만 언제 주검을 맞이할지는 모르지만 회자정리라,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세상의 정한 이치가 아니던가. 삶이 신산하고 괴로울 때가 있었다. 세상사 탁류 속에 제 배부르면 그만이고 허기진 민초를 돌보지 않는 위정자의 시커먼 뱃속을 볼 때 울화와 분노가 치밀면 그대는 어김없이 나를 위로하였다. 한밤 문득 깨어 떠나간 여인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밤을 지새울 때도 좌백수 우건달로 쪼들린 궁색한 삶에서 어린 자식들의 선한 눈망울을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때, 아내의 가녀린 어깨가 몹시 추워 보일 때도 그대는 변함없이 내 등을 토닥여 주고 10㎝도 채 안 되는 작은 몸을 스스로 태우며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나의 분신 같은 그대가 없으면 허전하고 맘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우울한 날이었다. 구강암 수술의 고통을 보고 아내와 자식들의 성화가 대단하여 그대와 헤어지는 또 다른 아픔을 겪어야 한다. 나의 병구완으로 초췌한 아내의 얼굴을 보고 다시 그대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염체가 없어 아쉽고 그리운 마음으로 자꾸 허 입맛만 다신다. 생각하면 그대와 나의 만남은 오래전의 일 이었다. 열아홉 나이에 학교를 몇 군데 전전 하다가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때는 ‘까치담배’라 하여 양담배를 낱개로 팔았으며 ‘거짓말 방’이라 부르는 구멍가게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그게 무슨 잘난 자랑이라고 헛 폼을 잡고 그대와 친했던 한때였다. 군대에서는 ‘상관특수폭행죄’로 감방에 가게 되었고 감방장 감투(?)는 그대와 더욱 즐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늘그막에 어쭙잖은 글을 쓸 때도 망각의 심연에서 그대의 도움으로 실마리를 풀고 기억의 물고를 트기도 했다. 세상에는 특이하고 기이한 애연가도 많다. 임어당은 서재의 탁자위에 담배를 놓는 버릇이 있어 탁자가 타들어 가는 두께를 확인 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문필작업의 양과 질을 가늠했으며 탁자가 타들어 가지 않은 세월처럼 무미건조한 나날이 없었다고 회고 했다 한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은 자신 안에 정치적인 소실과 문인적 소질이 공존 하는데 후자가 발동하는 시기에는 전자보다 세곱의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한다. 또, 인조 반정의 공신인 장유라는 사람은 서화에 능하고 문장으로도 손꼽혔는데 그는 언제나 담배를 입에서 떼지 않아 그의 장인이 요초에 흘린 사위를 구해 달라고 임금에게 상소까지 올렸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24살부터 84살 죽기까지 줄담배로 유명했으며 담배는 그에게 영혼의 각성제이자 자양분 이였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애연가들의 변은 변이고 한번 담배에 맛을 들이고 중독이 되면 매우 강한 의지가 아니고는 헤어나기 힘든 일이다. 금연하는 사람들은 담배는 백해무익이라 한다. 의사들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며, 애연가들은 담배 한 개비 제대로 피울 자유도 장소도 잃어버린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열이면 아홉이 싫어하는 담배라지만, 이제 나는 그대와 헤어짐 어찌 미련이 없을 손가. 많은 날을 그 세월을 함께 했던 그대 이별은 언제나 가슴 아프고 마음이 저미는 슬픔이 있다. 제이오(第二吾)와 같은 그대와 헤어짐을 달랠 길 없어 보내는 마음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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