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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털어도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3.03.07 21:00 수정 2013.03.07 09:00

 
↑↑ 성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우리사회에서 ‘청렴’이란 말은 이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볼수 있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총리나 장관자리 하나 찾으려해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편법증여까지 판을 치고 있으니 한심한 세상이 그저 경악스럽고 한탄스럽다. 관행이었다고, 그전에는 다 그러했다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그들의 꼬락서니가 가관이며 낯간지러워지는 일이다. 공직자의 제일의 덕목은 청렴에 있다고 백번을 뇌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말한다. 중국 위나라 문후때 이극이라는 사람은 인물을 보는 다섯가지에 대해 말하였다. 첫째, 평온 무사할때 어떤 사람과 사귀었는가. 둘째, 돈이 있을때 어려운 사람을 도왔는가. 셋째, 높은 벼슬길에 있을때 어떤 사람을 천거하였는가. 넷째, 곤궁할때 처신을 제대로 하고, 꾀임에 빠지지 안했는가. 다섯째, 가난하고 어려울때도 물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부정을 저지르지 안했는가. 물론 시대가 다르고 세상이 바뀌었으니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다고 할수 있지만, 우리는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세상은 털어도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다. 가난이 욕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있다. “열집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 반드시 충성스럽고 미더운 사람이 있다”고 공자는 말했는데 하물며 이나라 오천만 민족중에 어찌 청렴하고 미더운 사람이 없을손가. 태사공은 “말을 감정할때는 살이 빠졌기 때문에 잘못보고, 사람을 감정할 경우에는 가난했기 때문에 잘못본다”고 하였다. 세상의 탁류속에 때묻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랴만 때묻지 않은 바보도 세상에는 있다. 그런 진정한 바보에게 높고 높은 자리를 선뜻 내어주랴만 우리들 가슴속의 박탈감과 허탈과 괴리는 무엇으로 달랠수 있으랴.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이 도덕이다. 도덕이 땅에 떨어진 세상, 도덕이 실종된 사회는 암흑이며 파멸이다. 철인 칸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도덕률이다”고 말했다. 국가 청렴도에서 세계 40위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처지이니 부끄러운 땅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국격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빛나는 경제성장 속에서 수출실적이 하늘을 찌르고 국민소득이 몇만불이라 해도 우리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돈의 유혹을 뿌리칠 사람은 세상에 드물다. 그러기에 청렴한 인물은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귀감이 되며 역사에 길이 남는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청렴으로 지조를 지킨 청빈한 삶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삶의 미덕이다. 한자리 하였다 하면 먹는 x이 장땡이고 못먹는x이 바보이며 능력이 없다고 한다. 빈부의 차이를 능력의 잣대로 재는 세상이 되었다. 고관대작이나 기업가의 자제분들께서는 어찌 그리도 병골이 많고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잘 먹고 잘살아 이드르르하여 신체발육이 남달리 좋으련만 군대 갈 적령기만 되면 병이 도저 병역면제 판정이라니 세상 참으로 희한하고 기기묘묘한 일도 있다. 오늘도 얼어붙은 산야에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보통의 대한 남자들이 있다. 못난 부모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노심초사 하는 신세이고 자식은 부모를 능력이 없다고 치부하는 사회가 되었다. 주변머리도 돈을 버는 재주도 없으면서 나는 가끔 돈에 과목을 부릴때가 있다. 시퍼렇게 날선 세상에서 난장판이 된 경쟁사회에서 힘없이 축처진 자식의 초라한 어깨를 볼때, 닳아빠진 구두창을 볼때, 이삿짐에 실려가는 철없는 손주를 볼때, 정말 돈이 많지도 말고 아주 조금만 조금만 보탬이 되었으면 하고 한탄과 탄식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플때가 있다. 저녁이면 허기진 발걸음 힘에 겨운 가녀린 어깨, 두런두런 자조섞인 넋두리, 희망을 잃어버린 허탈한 눈빛, 웃음이 없는 고단한 얼굴, 슬프디 슬픈 얼굴 얼굴들, 이세상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표상이며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주검보다 삶이 오히려 두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이땅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비벼댈 언덕도 없고 재간도 없다. 줄도 못서고 끈도 잡지 못한 재주도 못넘는 곰같은 사람들이다 바보들이다. 이땅은 권력도 금력도 유전되는 세상이다. 인생의 출발점이 서로 다르니 승패는 처음부터 불을 보듯 뻔한일이다. 우리는 소외된 군상이며 낙오된 인생 인간대열에서 밀려난 슬픈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얼었던 동토에도 입춘이 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이땅에도 따뜻한 희망의 봄이 찾아오려나. 우리들 가난한 마음에도 꽃피는 시절이 정녕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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