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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집을 잃은 천사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2.10.29 02:00 수정 2012.10.29 02:00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요양병원 병동 노인성 질환의 환자들이 정원을 메우고 있다. 가끔은 집에들려 가족과 함께 정을 듬뿍 나누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병실을 찾는 사람 또한 갈수록 뜸해진다. 연고가 없는 사람이야 별수 없다지만 장기간 입원하다 보니 병원생활에 익숙해지고 자식들 또한 생활에 쫒기다보니 그들은 가족 또한 잃어가고 있음을 당연한듯 숙명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한 할머니는 허리수술한지 3년이란다. 자식들이 간병사를 두고 집에 모셨으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스스로 병동을 찾았다한다. 늙은이가 죽지못해 자식들 고생시키고 있다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탄한다. 한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아예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태연하다. 집에가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그들이 찾아오는것 또한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나이 50이 안된 한 아주머니는 정신이 흐리다. 오랫동안 입원해 있으니 남편과 시댁에서 버렸다한다. 친정어머니의 안내로 병동에 입원 했으나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정신이 흐릿한 상태에서도 여성성은 살아있어 그 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의 안쓰러움을 사고있다. 다리에 힘이없어 집에있기 어려운 노인, 수년간 정신없이 밥먹고 대소변 보고 자리에 눕고 하루종일 말한마디 없이 사는 노인, 병원과 집을 오가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이제는 아예 집을 잃어버린 노인들, 그들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요양사와 보호자는 어떻게든 그들이 다시 집을 찾아갈수 있도록 돌보고 있지만 그들은 아예 집을 잊으려 하고있다. 정든 땅 정든 고향 텃밭에 채소가꾸고 가족 부양함을 낙으로 삼았던 그 시절을 정영 잊으려는 것인지? 젊었던 시절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고통을 참아냈던 것은 그들에게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들 잘키워서 노후에는 그들과 함께 안락하고 오붓한 삶을 누리고 싶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시간을 그들은 울고 웃다가 누릴 때가되자 결국은 아프고 만것이다. 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그 꿈보다는 집을 잃는것이 차라리 편하다는듯 포기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자식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듯 지금도 편안해 보인다.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집을 잃어가고 있는 천사들이 날로 늘고있다. 그들을 수용할수있는 시설이 늘어 전체인구의 1%에 이르고 있으나 시설 정원이 메꾸어지고 어느시설은 몇개월동안 대기해야만 입소할수 있다하니 그숫자는 가히 짐작 되리라 믿는다. 명절이나 생일은 그들에게 외출시간이다. 집에 모시고 가려는 자식 며느리의 손길을 아예 마다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짐을 싸놓고 자식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으나 모시러 오질 않으니 반쯤 빈 병실에 그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보인다. 나이많은 목사 한분이 불편한 몸으로 손수레에 요구르트를 싣고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사랑을 나누어 주고 간다. 사연인즉 나이먹어 목회 활동은 어렵고 수년전 당신의 어머님께서 이곳에 머물다 귀천 하셨기에 작은 힘이나마 정성을 들이고 있다한다. 미용사들도, 국악인들도 그들에게 희망을주고 간다. 그들에게 희망의 날이 오기를 막연하나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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