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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시인의 마음이 되어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2.06.28 22:18 수정 2012.06.28 10:18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초여름 6월의 햇볕이 눈부신 날 이웃에 사는 지인을 따라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낚시를 따라 나섰다. 밀짚모자 하나만 달랑 쓰고 아무런 채비도 없이 나서기는 하였으나 조금은 미안하고 염체가 없었지만 가끔 고향에 오는 나는, 낚시 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돼 있지않아 별수 없이 모든 것을 신세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밀짚모자도 밀대로 만든 것이 아니고 이름 모를 나무를 얇게 저며 만든 것이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밀짚모자가 아니다. 옛날 밀짚모자는 가볍고 시원하며 약간의 운치도 있었다. 하기야 중국산까지 밀려오는 지금의 밀짚모자 흉내로 만든 모자는 땀이 차고 누기가 치며 곰팡이가 슬고 냄새가나서 한 철이 지나면 쓰기가 거북하다. 어릴 적 밀대나 보릿대는 추억이 묻어있는 장난감 이었다.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대충가지고 노는 것이 장난감 이었다. 지금은 장난감이 많기도 하고 값이 이만저만 비싼 게 아니어서 가난한 아비들의 마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요즈음 배는 재질이 나무가 아닌 F. R. P로 만들고 발동기를 놓은 동력선이다. 돛을 달고 노를 저어 한가로이 떠가던 그때가 차라리 그리워진다. 한 폭의 그림 같던 돛단배의 전경이 그립고 여유 있는 멋스러움이 얼마나 좋았던고. 오늘의 날씨는 명지바다이다. 명지바다의 명지는 방언으로, 파도가 일지 않고 고운 바다를 명주결 같다하여 그렇게 말한다. 쉽게 끓여 먹을수 있는 라면과 술도 넉넉하니 고기만 잡히면 금상첨화이다. 갈매기도 한가로이 노닐고 햇볕은 물결위에 은비늘을 뿌린다. 미끼를 끼우고 낚시 줄을 드리우면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사람이 살아가노라면 많은 날을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 차분하고 다숙하게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아는 것 그 또한 우리 삶의 지혜이다. 언제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린 뜻도 기다린 정도. 감미롭던 기다림의 세월도 있었다. 쇠잔하고 지친 늙은이 에게는 이제 한낱 지나간 꿈인 것을……. 입질은 가뭄에 콩나듯 하니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아니고서야 지루하기만 하다. 어릴 적 대나무에 낚시 줄을 매달고 갯강구를 미끼삼아 낚시를 드리우면 줄줄이 걸려들던 고기는 조금 보태어 말하면 물 반 고기 반인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고기들 까지 졸부들의 호사스러운 입맛을 닮아가는지 미끼도 갯지렁이 청지렁이 미꾸라지까지 고급으로 유인을 해도 신통치 않다. 설령 고기가 입질을 안 하고 잘 잡히지 않으면 어떠랴. 6월의 찬란한 태양과 명주결 같은 바다위에 쪽배를 띄우고 청산을 넘나드는 갈매기와 벗을 하며 갓 잡아 올린 생선회에 소주 한잔을 걸치고 시심에 잠겨 보는 것은 세상 부러울 것이 무엇이랴. 시인인 아닌들 어떠하랴. 시 한 구절 쓰지 못한들 어떠하랴. 그저 그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을…….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의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소중하고 귀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혜안을 갖는 것이 나의 소박한 욕심일진저. 욕심하면 그 속이 굴뚝같은 인간들이 있다. 남의 돈을 제것같이, 나랏돈도 제 마음대로, 한자리 차지하면 엿장수 마음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은 법, 탁란 으로 세상이 온통 혼탁하고 법의 잣대는 그들에게 고무줄이다. 세상이 엎어지고 뒤집혀진들 그 누가 바로 잡을 것이며, 그 누가 밤을 지세워 한탄하고 고뇌하랴. 판이 바뀐다고 무엇이 나아지고 달라지리. 우리의 희망은 있는 것인가. 가슴 터지는 분노를 삭일뿐이다. 나는 그저 은둔의 뒤안에서 나의 자유를, 여유를, 가난한 세월을 즐기며 살고 지고자, 속 끓이며 세상을 한탄할 일도, 잘나고 못난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세상사에 불매여 아등바등 살았던 것도 생각하면 우습고 하찮은 것이 인생의 한 세월이다. 바쁠 것도 조급할 것도 없는 한 세상 물결처럼 세월도 흐르고 인생도 그렇게 가는 것이다. 고산 선생의 세연정이 영동 남녀의 아름다운 채복이 찬란함이 없다한들 어떠랴. 시건방지고 참람한대도 선생의 흉내를 내며 어부사 한 구절을 읊조리며 어구를 거둔다. 동풍이 건 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어여차~ 동호를 도라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찌거덩 찌거덩 어여차~ 두어라 앞뫼히 지나가고 뒤 뫼히 나아온다 고산 선생님 나도 한 세상 시름 잊고 해중에 낚시 배를 띄었소이다. 많은 날을 고뇌하며 괴로운 시대를 시심으로 달래며 살아간 선생의 속마음을 조금은 짐작 킵니다. 저물녘 석양천의 놀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을, 시들부들 늙어버린 생의 황혼에서 무엇을 더 바라고 무엇을 더 보태리까. 때로 가슴에 일렁이는 물결을 고이 잠들게 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겁고 행복하다. 안식과 휴식의 편안함이 있고 지아비를 반겨줄 할망구가 있기 때문이다. 철 늦은 소쩍새가 울어도 오늘 밤은 단잠을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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