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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나무도 생각을 한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1.05.25 21:28 수정 2011.05.25 09:43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산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5월의 산은 그 아름다움이 깊다. 진달래 개나리 산 벚꽃들이 머물다간 자리에는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잎들이 형형색색 수놓아진 자태가 선을 그리며 산새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새들도 다시 찾아와 맑은 목청으로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면서 아름다운 숲에 생기를 돋게 해준다. 산에 나무만 있고 바람과 새가없다면 너무도 삭막할 것이다. 맑은 바람과 고운 목청을 지닌 새들이 찾아옴으로 해서 나무에는 물기가 돌고 조화의 숲을 이룬다. 마음껏 푸르른 잎들은 햇빛을 받아 찬란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고 보는 눈은 밝아온다. 이른 아침 깊은 호흡을 하며 산길을 간다. 등산은 심폐기능이 좋아지고 근력이 강화되며 맑은 공기에 푸른 숲과 함께할 수 있으니 정신적 만족감으로 삶에 즐거움을 준다. 매일 오르는 산이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휘파람을 불며 발이 움직이는 대로 힘이 미치는 대로 옮겨놓으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려고 발버둥칠 이유또한 없다. 산은 지친인생이 기대고 쉴수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산속을 거닐다보면 혹한을 견디지 못해 죽어간 삭동가지가 즐비하다. 많은 눈을 견디지 못해 찢어진 가지도 많고 아예 나무자체가 통째로 뽑혀져 나딩구는 것도 있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썩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산을 만들기 위해 나무들이 격고있는 고통의 흔적 들이다. 이 흔적들이 거름이 되어 산야를 살찌워 가는것이다. 자연은 참으로 오묘하다. 홀로서 있는 나무도 그냥 서 있는것이 아니란다. 생각하면서 서 있는 거란다. 나무가 생각을 한다? 겨우내 잎을 떨구고있는 나무들도 이듬해 꽃과 잎을 피우기 위한 새 생명의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암자에서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문에 바를 창호지의 색깔이 꽃잎처럼 화사하고 곱기에 창호지를 만들어 보낸 스님께 물었더니 겨울을 나면서 눈의 무게에 못이겨 찢어진 벚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었더니 벚꽃처럼 아름다운 문양의 창호지가 만들어졌다 한다. 스님은 덧붙여 말하기를 여름 태풍에 찢겨진 가지를 사용했더니 똑같은 벚나무였는데도 투박하고 볼품없는 종이가 나왔다한다. 봄에 꽃을 피울 생각을 하면서 자란 나무에서는 꽃무늬가 나왔다하니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산은 몸살을 하고있다. 산이좋아 산을찾는 사람들에 의해 시달림을 받고있는 것이다. 나무에게 몸을 부딪쳐 아름드리 소나무는 죽어가고, 산은 파헤쳐지고 나무는 꺾이고 돌은 빠져나가고 쓰레기는 골짜기마다 늘어만간다. 모두가 인간의 작은 욕심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산을 사랑한다면 산을 보호하여 보전하여야한다. 정상에서의 함성은 산세들과 야생동물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음공해가 되어 그 수가 줄어간다 한다. 우리는 알아야한다. 등산의 기쁨은 내발로 한걸음 한걸음 산을 오르는 즐거움 못지않게 차분히 산을 바라보면서 산의 향기를 맡고 나무들의 살랑임에 귀를 기울이는 보다더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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