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조또 모르는 것이”

이석기 기자 입력 2025.07.10 20:52 수정 2025.07.10 20:54

이석기/부안서림신문 대표
이석기/부안서림신문 대표
우리는 오늘, 어떻게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는지를 자주 잊고 살아간다.

1956, 정부는 6·25전쟁 발발 6주년을 맞아 625일을 ‘6·25 동란 기념일로 공식 지정하고, 전국에서 추모와 안보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이후 6·25‘6·25전쟁 기념일또는 ‘6·25 기념일로 불리며, 해마다 국가적인 기념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이날은 현충일처럼 법정 공휴일이나 법정 기념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공식 추모일로, 나라를 지킨 이들을 기억하는 매우 특별한 날이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추모식과 기념행사, 체험행사가 열렸고, 우리 고장 부안에서도 참전유공자회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6·25 참전 영웅들과 유가족, 보훈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부안지역에는 200명 가까운 참전용사들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숫자는 30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병상에 계시거나 거동이 불편해,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참전용사는 고작 10여명에 불과했다.

그 때문인지 이날 김현술 지회장은 대회사를 읽던 중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우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움,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무관심이 더 서러웠던 듯하다.

행사장에 참석한 주요 인사는 박병래 부안군의회 의장과 김동선 재향군인회 회장, 부안대대장 등 서너명으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평소 각종 행사에서 얼굴을 자주 비추던 정치인들과 기관·사회단체장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웠다.

내빈소개가 끝난 뒤 행사장 한쪽에서 누군가의 한숨 섞인 말이 들렸다.

“6·25전쟁이 뭔지 조또 모르는 것들이

이 말에 담긴 서운함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6·25전쟁 기념행사는 단순히 행사장을 빛내기 위해 가는 자리가 아니다.

참전 영웅들을 위로하고, 그 희생을 기억하는 자리이다.

올해 행사에 누구보다 이들을 챙겨야할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해 국회의원, 경찰서장, 교육장, 그리고 다수 기관·단체장들이 불참해 영웅과 유족들을 실망스럽게 했다.

군수는 타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위한 출장을 이유로, 군의원들은 예산결산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기타 기관장들도 특별한 이유없이 위로의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히 하루정도 또는 한두시간 미루거나 조정할 수 있는 일정이었기에 더 아쉽다.

우리가 오늘 이만큼이라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나라를 되찾으려 죽음을 무릅쓴 독립운동가와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참전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중 가장 처참한 죽음은 맞아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 영웅은 그런 죽음을 각오하며 나라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들을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역사가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되고, 비극은 반복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됨이 부족한 이를 두고 조또 모르는 것이 설친다며 냉소적 비판을 하곤 한다.

여기서 조또는 표면적으로는 비속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할아비 조()’에서 유래한 조도를 된소리로 발음한 것이다.

조또란 조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즉 뿌리와 근본을 모르는 자를 뜻하는 아주 심한 욕이다.

결국 조또 모르는 것이란,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리 스스로 조또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적어도 625일 하루만큼은, 그날을 잊지 않는 우리가 되기를 말이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