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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무서운 이야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1.03.22 19:18 수정 2011.03.22 07:18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디지털 부안일보 
눈이 하얗게 내리는 날 아침 길을 나선다. 함박눈이 펄 펄 내리고 있어 강추위는 아니지만 어둑새벽이라 그래도 코끝이 시려온다. 여느 때 같았으면 많은 사람들이 힘찬 걸음을 할 터인데 눈의 영향인지 아니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없다. 본래 이 길은 농조의 수로 이었으나 그를 정리하여 산책하는 길로 만들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코스로 이름하여 선 키스로드다. 처음에는 이름이 다소 귀에 설은 이름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친숙해져서 지금은 모두가 즐겨 부르는 이름이다. 이른 아침 태양을 맞으며 걷는 거리. 대지가 하얗게 덮인 동이 트지않은 새벽길 자전거 바퀴가 묻힐 정도의 눈길을 무심코 밟아간다. 인적이 없던 거리에 홀로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까만 외투를 걸치고 머리엔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다. 천천히 걷는 모습이 눈길 탓인 듯싶다. 가까울수록 걸음이 느리다는 느낌이든다. 인기척을 하며 옆은 스치는 순간 난 그만 숨이 멎어 버리는 듯 소스라친다. 머리가 쭈삣하게서고 등골이 오싹,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발의 힘이 빠지고 감각이 멎을 정도다. 여인이다. 그것도 맨발에 모자가 달린 겉옷 하나만 걸치고 바바리맨 처럼 앞가슴을 풀어 헤치고 걷고 있는 것이다. 간신이 지탱하여 뒤돌아 보지않고 한참을 달리다가 정신을 가다듬는다. 귀신은 아닐거고 무슨 사연인지 정체가 궁금하다. 자전거를 멈추고 신발 끈을 동여맨 후 오던길을 되돌려 간다. 흔적이 없다. 멀리서 자동차 한데가 나이트를 켜고 가는 모습만 보인다. 나는 언제 부터인가 목욕탕 이발을 즐겨 왔다. 편안함 탓이다. 면도하고 머리감고 옷을 입었다 벗엇다 모두를 한번에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20년을 넘게한 단골이 바뀐다. 이발하는 사람의 성실하지 못한 습관 때문이다. 시간을 지키지 않아 헛걸음 하는 날이 많고 거스름돈을 뭉그적거리는 태도가 못 마땅해서다. 얼마 가지않아 찾는 손님이 떨어지니 그 사람이 바뀌었다는 소문이다. 성실하지 못한 그의 직업의식이 평생업을 망치고 만것이다. 요즈음들어 연예인 도박이 화두다. 많은 수익을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그들이 무엇을 더 탐하여 도박이란 말이냐.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인듯 싶다. 내가 아는사람의 이야기다. 도박에 대한 기술이 능하여 이름하여 노름꾼이다. 어느날은 방앗간 주인이 망했다는 소문이 있는가하면 뒷동네 부자가 망하여 고향을 떴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솜씨좋은 그친구의 생활은 항상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인이 날품을 팔아 자식을 가르친다. 아들은 머리가 좋아 어려서부터 주위의 칭찬을 받으며 자란 것으로 기억이된다. 먼 후일 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리도 총명했던 그 아이가 폭력에 도박으로 망나니 짖을 하다가 일찍이 요절 했다는 소식이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아이의 말로였다. 꼭두새벽 산발한 귀신의 모습도 무섭지만 자기본분에 성실하지 못해 망해버린 이발사 이야기가 더 무서운 이야기 이고, 사랑을 먹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말로는 그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다. 성실과 사랑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우리가 짊어져야할 화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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