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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고향에서 가을을 보내며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0.12.01 11:44 수정 2010.12.01 11:56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간단한 짐을 꾸려 고향 집으로 찾았다.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집은 곰팡이가 슬고 눅진한 습기로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작정하고 올 가을은 고향에서 보내기로 하고 아내와 대강 집안을 정리하였다. 세상사 잡다한 시름을 잊고 늘그막의 한때를 보내는 것도 마음 편하고 복에 겨웠다.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가며 늦잠도 즐기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끼니도 건너뛰기 일 수 이었다. 아내는 바다로 들로 산으로 그저 물을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갯벌에서는 바지락이며 고동을 잡고 바닷가 바위에서는 해조류며 홍합과 굴을 따고 들에서는 푸성귀를 얻어오고 산열매로 술을 담그니 호사가 그만이며, 옛말처럼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이면 족하다 하겠다. 욕심을 버리고 모자람에 만족 할 줄 안다면 인생의 행복이 그 아니겠는가. 나는 허리의 통증이 심한 날은 방구석에서 할 일 없이 뒹굴며 낮잠을 즐긴다. 늙으면 장애 아닌 장애인이 된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생의 황혼녘에서 신산한 삶에서 생각은 또 얼마나 깊은 것이냐. 가을의 소리가 들리고 세월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평생 내가 사랑했던 여인들, 다정했던 친구들,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을 잊지 못하고 보고 싶은 얼굴들을 생각하며 추억을 만추 해 본다. 산마루에는 갈대가 물결을 이루고 산국의 향훈이 짙다. 달빛 고운 밤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이슥해서야 돌아온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글 한 줄도 책 한 권도 보지 않고 가을을 그렇게 보냈다. 어느 날은 이웃집 친지의 배를 얻어 타고 낚시 줄을 드리우며 하루를 보낸다. 저무는 날 마지막 붉게타는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갓 잡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권하는 한 잔의 술은 어옹(漁翁)의 흥취가 절로 나고 인생의 즐거움을 무엇에 비기랴. 옛날에는 ‘물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무색 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낚시도 시원치 않아 어부들의 애를 태우는 것도 무분별한 남획과 불법 어로 행위로 어족이 씨가 말리는 것은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낚싯대 하나만 있으면 하루 이틀 반찬거리를 해결하던 때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풍요롭던 바다는 황폐해지고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들과 산에 지천으로 나던 나물이나 약초도 머지않아 희귀식물 보호식물로 지정해야 할 판이다.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마구잡이 채취는 고사하고 몸에 좋다면 뿌리 채 뽑고 배어가고 나무집 밭작물까지 망치는 행태를 이해 할 수 가없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훼손 하는 행위는 재앙으로 다가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땅을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낭만의 계절, 생각을 깊게 하는 애잔한 가을도 구르는 낙엽과 함께 계절의 뒤 안으로 가고 있다.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는 것이 서럽다. 고향집에 두 달여 있는 동안 소설(小雪)도 지났다. 계절이 바뀌니 하늬바람이 거세고 바다는 사나워 졌다. 낙엽이 바람에 쓸리니 마음은 더욱 스산해 진다. 잿빛 하늘은 사흘 굶은 시어미 상판처럼 잔뜩 찌푸리고 서해안 지역에 눈발이 내린다는 기상 예보다. 이제 고향 집을 떠날 때가 되었다. 어디를 가면 어떠랴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 아니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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