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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 디지털 부안일보 |
매년 이맘때만 되면 군내 곳곳에 눈에 띠는 펼침 막이 걸려있다.
“00고 000학생 S대 수시합격”
길을 지나다 학생의 인물사진까지 곁들인 이 같은 펼침 막을 보노라면 필자와 무관한 학생이지만 동향인 이라는 것 때문인지 괜스레 뿌듯하고, 대견스러우며 저절로 성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이 같은 마음은 필자만이 아니며 부안에 살고있는 군민이라면 모두가 그러 할게다.
그러나 이 같은 뿌듯함과 대견함 뒤에 밀려오는 씁쓸함은 지금도 지울 수 없는 분노로 남아있다.
펼침 막 한켠에 작은 글씨로 괄호안에 쓰여있는 ‘1차합격’ 이라는 글씨가 바로 그 씁쓸함이다.
얼굴까지 새겨넣어 결려있는 이 같은 펼침 막의 주인공은 아직 합격되지 않은 학생인 게다.
그럼에도 합격된 것인 양 펼침 막을 걸어놓는 이들의 심사가 따로 있기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2차 합격으로, 유명대학의 합격이 확정된 후에 펼침 막을 걸어도 늦지 않을 터, 이처럼 한발 앞서가는 이유가 다른데 있기 때문이다.
이 펼침 막이 고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겨냥, 학교의 신입생 유치작전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내걸린 유명대학의 1차합격 펼침 막 이후에 2차합격의 펼침 막을 내건 학교는 보기가 쉽질않다. 쉽게말해 2차에서 낙방했다는 이야기이다.
학교의 이름 알리기와 학교의 신입생 유치작전에 이용되어오다 동기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에서 빈축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이들 낙방생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는지 관계자들에게 묻고싶다.
또, 온 동네 사람의 축하를 받았다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그들 학부모들의 심정은 헤아려 보았는지도 묻고싶다.
뿐만 아니라 펼침 막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대입을 앞둔 수많은 학생들의 의기소침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고싶다.
유명대학 수시 1차합격 학생이나 학부모, 또 다른 수시합격생이나 수능준비생들이야 어찌되든 학교 홍보에만 급급하고 감언이설(?)로 신입생 끌어 모으기에만 급급한 행태, 이제 어른스러워야 되지 않겠는가.
이 같은 ‘염불보다 젯밥’에 눈이 어두워 있는 잘못된 행태를 바라만 보고 수수방관하고 있거나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나 총동창회는 없는지도 뒤돌아보아야 할때다.
진정 학교를 위하고 학생을 위하는 일, 진정 내 자녀를 위하고 후배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았음 하는 바람이다.
명문고란, 수많은 이 학교 출신들이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일 때 비로소 명문고라 할수 있다.
수많은 학생 중 한두 명의 학생이 유명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명문고가 아님을 왜 모르는가.
유명대학 입학이 최선이 아닌,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학생으로 키워 나갈 생각은 없는지, 이들 학교와 운영위원회 그리고 총동문회에 묻고싶다.
물론, 펼침 막에 내걸린 1차수시 합격생들의 2차 합격을 두손모아 간절히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