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가는 세월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9.01.02 20:38 수정 2009.01.02 08:43

 
ⓒ 디지털 부안일보 
12월의 끝자락이다. 나에게는 다른 해와는 사뭇 다르게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한해가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해서 이제 그 끝자락에서 아쉬움을 정리하고 있다. 2008년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60년이 되는 해이기에 다른 해와 다른 기쁨이 있었다면 내가 태어난 후 환갑을 맞는 해이기에 또 다른 의미가 있었고 그 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은 한번 선택한 직업이 평생 직업이 되어버린 공직 생활에서 퇴임하는 해이기에 다른 해와 다른 의미가 있는 한해였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그 묵직한 세월들이 많은 여운을 남기며 시나브로 잠적하고 있다. 지난세월 돌이켜보니 모두가 보람이요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내가 태어난 1948년의 우리나라는 1910년부터 시작된 일본 식민통치의 후유증으로 전국민중 문맹률이 78%를 넘는 상태였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의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4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역사상 손꼽히는 전쟁이 있었다. 당시의 한국 경제를 미국의 대외 원조기관에서는 “밑 빠진 독”이라 평가하여 가망이 없는 상태로 분류하였고, 영국의 유명한 사회지도자 “비어트리스 웨브”는 1912년에 한국인에 대한 표현을 더러운 진흙 속에서 살면서 활동하기 불편한  흰옷을 입은 체 불결하고 비천하고 무뚝뚝하고, 게으르고 신앙심이 없는 미개인이라 이야기 할 정도의 어려운 환경이었다. 외국인의 평가 이전에 1961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62달러였으니 비교해 보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이었는지 가히 짐작이 가는 바다. 내가 공직을 시작하던 해인 75년에는 새마을 운동에 녹색 혁명이 일어나 전 국민이 잘 살아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때였고 그 역사적인 일을 하는데 공직이 최선봉에 서 있을 때였다. 돌이켜 보면 쌀을 짊어지고 마을에 묵으면서 국민이 하기 싫다는 일을 깨우쳐가며 이끌었던 시기였다. 새벽에 살얼음 속에 들어가 물못자리를 밟고 초가지붕을 걷어 낼 때는 살얼음의 추위가 뼛속을 스미는 고통보다는 그나마 살기가 고단한데 사는 데로 내버려 두지 않고 개선하라는 뜻을 이해 못하고 애걸하는 국민의 마음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강행 해야만 하는 아픔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시절이었다. 세월은 머무르지 않는다. 흐르는 물처럼 우리의 삶 또한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르면 썩거나 뒤질 수밖에 없음이 인류 삶의 원리인 듯싶다. 경제발전에 몰입하던 시기를 거쳐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으로 이 땅에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고, 세월이 더 흐르니 세계와의 경쟁에서 우리는 IMF의 어려움도 겪었다. 인고의 세월을 참고 이해하며 슬기와 지혜를 모았기에 지금 우리는 기뻐할 수 있어 좋다. 문맹률 78%였던 그 시절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대학 졸업율이 세계 수준에 버금가고 있으며 초근목피에 피골이 상접한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좋은 영양으로 방긋 웃으며 자라고 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불결하고 비천하다 할 사람은 없다. 게으른 미개인이라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어려운 때를 슬기롭게 사는 민족이었기에 지금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변함이 없는 것은 옳고 그른 삶은 그결과가  증명한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우리모두 환하게 웃으며 살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부안서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