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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특별기고

김윤경 기고- 농어촌과 농어촌청소년의 미래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8.07.29 14:52 수정 2008.07.29 04:10

↑↑ 김윤경/부안여고 3년
ⓒ 디지털 부안일보
일년에 몇 번, 홍역처럼 치르는 시험이 끝나면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나들이 계획을 짠다. “언제 갈까?” “요즘 ○○ 영화가 인기라는데 그거 어때?” 그렇게 합의가 되면 우리는 주말에 3300원의 차비를 들여 한 시간이 걸리는 전주로 영화를 보러 간다. 직행버스에서 내려 극장으로 이동해서 영화를 본 다음, 충분한 여가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우리는 서둘러 귀가를 재촉해야만 한다. 영화요금보다도 비싼 교통비와 영화상영시간보다 긴 이동시간을 탓할 틈도 없이, 모처럼의 문화생활은 그렇게 끝이 난다. 우리가 문화생활을 누리는 방식은 도시지역의 청소년들과 확연히 다르다. 부안에는 영화관도, 수영장도, 스케이트장도 없다. 뮤지컬 공연을 보는 일도, 콘서트에 가는 것에도 우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바로 도시와 농어촌 지역 문화시설의 수준 차이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농어촌 지역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농어촌에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실제로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에서 펴낸 2007년도 전국 농어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촌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한 청소년은 겨우 15.8% 인 반면에 비관적으로 보는 청소년은 58.1%에 달했다. 또한 장차 농어촌에서 살고 싶다는 농어촌 청소년은 13.5%인 반면, 그 반대의 수치는 61.6%에 이르렀다. 이처럼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농어촌 기피현상은 농어촌의 미래를 더욱 더 어둡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어촌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 나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육과 문화의 차이를 줄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어촌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적성을 기를 수 있는 문화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농어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실력을 키우고 꿈을 자라게 하는 일이 방해를 받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마 누구도 농어촌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농어촌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다. 교사나 의사, 경찰 등 일반적인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시권 지역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은 위와 같이 전통적으로 유망한 직종 외에도 병원 코디네이터, 푸드스타일리스트, 음악 치료사 등 다양하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소년기의 경험이 자신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도시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삼은 직업들은 우리들이 좀처럼 듣거나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직업들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인 것이다. 농어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도 지금 도시지역의 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문화적 배경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우리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아서는 결코 안 된다. 도시권의 다양한 문화와 여가시설이 우리 농어촌에도 갖추어진다면, 그래서 그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잘 찾을 수 있다면, 농어촌 청소년들이 언제나 ‘촌놈’, ‘촌년’에 머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농어촌에서도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때, 우리 농어촌의 미래는 비로소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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