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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 내 나이 이제 겨우 60일세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8.07.23 16:03 수정 2008.07.23 12:46

↑↑ 조덕연/부안읍장
ⓒ 디지털 부안일보
싱그러운 5월 이른아침 길을 나선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뵙고 싶었던 은사님을 찾아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카시아 꽃의 감미로운 향이 코를 자극한다. 쾌청한 날씨 온누리가 실록으로 우거져 싱그럽기만 한 거리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잘 뚫린 도로망에 잘 가꾸어진 나무들은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더욱 아름답다. 때맞추어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는 색다른 뉴스가 들려온다. 올해에는 아카시아 꽃이 남쪽보다 서울에서 먼저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열선현상이란다 겨우내 지피워댄 도시가스와 난방 연료등의 영향으로 서울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가 남쪽보다 더 높은 온도를 축적하여 먼저 꽃을 피우는 현상이라니 이대로라면 봄은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심 속에서부터 찾아드는 기이현상이 시작되는 듯싶다. 인간의 생활로 인해 변화해버린 현상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보다는 자연을 거스르는 듯 하여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다. 선생님 내외분께서는 기대하지 않은 우리의 방문을 반기시며 제자들의 모습에서 눈을 때지 않으시며 연신 고맙다는 표현이시다 그리도 아름다우셨던 사모님께서도 곱게 늙어 인자한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50년만의 만남이니 얼굴 알아보기 조차 희미한데 이름을 기억해주시며 사는 곳까지 알고 계시니 더욱 고마울 뿐이다. 역시 선생님이셨구나. 그 오랜 세월동안 그리도 많던 제자들이었을 텐데 그 가운데에서 우리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평소 뵙고 싶었던 뜻이 나 혼자 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너무도 늦게 찾아옴이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우리는 영락없는 초등학교 4학년에 그 담임선생님으로 돌아간다. 의자 없이 맨바닥에서 공부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선생님의 마음을 그리도 아리게 했다는 말씀, 추운겨울 난로 없는 곳에서 누더기를 걸친 모습은 흡사 거지 모습과 다름없었다는 우스개의 이야기, 비가 오는 날이면 모두가 비에 흠뻑 젖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으로 수업을 하던 일, 교실이 없어 운동장에서 수업했던 일, 유난히도 무더웠고 유별나게 많이도 쌓였던 눈길을 해치며 머나먼 황톳길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다녔던 시절을 상기하며 잘 살아 갈 것이라 예측하셨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선생님 내외분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힌다. 너나없이 가난한 시절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곧게 자라 지금 함께 웃을 수 있어 더없는 행복이라 하신다. 90을 바라보는 노 은사님은 60의 초로의 길에 접어든 제자에게 말씀을 남기신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를 60으로 생각하며 산다 하신다. 의학의 발달로 인생의 나이가 30%는 젊어졌다 이르신다. 내가 이리 오래 살 줄 알았다면 나는 정년기에 다시 일생을 설계하여 2모작인생을 일구었을 것이다. 정년 후 무계획하게 한해 한해 소일한 세월이 30년이니 교직을 떠나 나를 위한 삶은 모두 허송세월인 듯싶어 부끄럽다 하시며 문명의 발달이 삶을 연장해간다면 너희에게도 30년은 족히 남았으니 새로운 계획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라 이르신다. 하루해가 너무도 짧게 지나간 듯하다. 저녁 무렵이 되어 도심속 아파트에서 단란한 생활을 누리고 계시는 은사님 내외분을 뒤로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올해의 스승의 날은 참으로 잘 보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  선생님 지금 사시는 모습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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