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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주민 없는 축제, 마실은 어디로 갔나

정경희 기자 입력 2025.04.27 18:08 수정 2025.04.27 18:09

부안 마실축제의 그늘과 새로운 가능성

해마다 봄이면 부안에는 마실축제가 열린다. 이름만 들으면 푸근하다. 마실 나가듯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축제, 그 풍경이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축제장을 찾으면 그 이름이 무색하다. 낯선 외부 공연팀, 성의없는 음식, 관객 없는 무대. 어디에도 부안 마실은 보이지 않는다.

마실이라는 이름은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삶의 방식, 골목의 정서, 이웃과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러나 지금의 마실축제는 행정 주도, 외부 용역 중심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사다. 몇 년을 반복해도 달라지지 않는 프로그램 구성, 부안의 고유성을 살리지 못한 무대, 지역 주민은 관람객일 뿐 주체가 되지 못한다. 축제의 본래 정신은 퇴색하고, 명분만 남은 채 형식적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축제란 본디 공동체가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어울리는 장이다. 지역 축제의 핵심은 누가 만들고, 누가 즐기느냐에 있다. 축제는 지역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 살아 있는 이야기와 정체성이 담긴다. 그러나 마실축제는 점점 더 행정의 행사로, 지역과 동떨어진 외부 이벤트로 변모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대 밖에 서 있고, 청년들과 마을 공동체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산과 효과의 불균형이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지역 상권과 공동체에는 실질적 혜택이 없다. 단기간 유입된 외부 관광객들은 잠깐 머물다 떠나고, 축제장에는 쓰레기와 허탈감만 남는다. 축제 이후 주민들은 묻는다. “이건 대체 누구를 위한 축제였냐.

이제는 물어야 한다. 지금의 마실축제가 과연 부안의 미래와 공동체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를. 지속가능한 지역 축제란 무엇인지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대안은 멀지 않다. 축제의 주체를 행정이 아니라 주민과 협의하는 축제로 되돌리는 것이다. 예산을 공연팀과 시설비에 쏟기보다,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쓰자. 청년들과 어르신, 체험 강사, 소상공인이 함께 만드는 작은 장터, 보여주기식 유명가수 공연보다 이야기가 있는 공연, 부안 음식이 중심이 되는 먹거리 장터, 지역 아이들의 그림과 마을 어르신의 사진전 등, 부안의 마을이 무대가 되는 진짜 마실을 상상해보자.

이러한 축제는 수만 명을 불러 모으진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참여한 주민들은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이웃과 웃으며 함께 만든 경험은, 수십억 예산보다 더 깊은 감동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외지인에게도 잊히지 않을 부안의 인상이 된다.

이제 마실축제를 다시 보자. 보여주기식 큰 행사에서 벗어나, 부안의 사람과 삶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돌아가야 할 때다. 진짜 마실은 무대가 아닌 동네 골목에서, 예산이 아닌 주민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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