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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자전거 라이더들의 엄지척 고장, 부안은 왜 빠졌나

정경희 기자 입력 2025.04.19 11:09 수정 2025.04.21 13:42

정 경 희<br>CBC부안방송 편성국장
정 경 희
CBC부안방송 편성국장
3면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고장 부안에는 고사포 해변에서 격포항까지 10, 채석강에서 곰소항까지 35, 변산노을해안길 약 1660에 이르는 해안도로와 33의 새만금 방조제가 있습니다.

바다 내음을 맡으며 페달을 밟는 자전거 여행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입니다.

 

필자도 한때 자전거 여행을 즐겼습니다. 부안지역 동호회 회원들과 제주도는 물론 전국을 돌며 자전거 여행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우리고장 부안만큼 자전거 여행이 좋은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탁 트인 바다, 곁에 흐르는 해풍, 들숨에 실려 오는 갯내음까지. 그 모든 것이 부안을 자전거 여행의 천국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처럼 천혜의 자원을 품고도,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도 자전거 여행 활성화 공모사업에 부안군이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는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모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큰 실망을 안겨줍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습니다. 안이한 판단, 부족한 준비, 관심 부족이 빚어낸 결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해마다 부안에서는 자전거 대회가 개최되어 수천명에 이르는 전국의 라이더들이 몰려듭니다. 사계절 내내 자전거를 타기 위해 부안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수요와 인프라가 이미 자리잡은 곳이기에, 공모사업의 내용과도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지역입니다. 공모사업의 목적이 자전거 여행길과 지역 관광 자원을 연계한 콘텐츠 개발 및 홍보에 있다면, 부안만큼 적합한 지역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부안군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올해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지켜보고, 내년에 신청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입니다. 사업은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의 몫입니다. 더구나 자전거 인프라와 관광 자원을 고루 갖춘 부안이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는 건, 행정의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 같은 전북자치도 내에서 김제, 완주, 남원 등 무려 세 개 시군이 이번 공모에 선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전북자치도는 전국 최다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김제는 벽골제와 원평천을 잇는 코스(황금 트래블 자전거 여행, 2), 완주는 삼례와 고산(Ride the River 완주, 15)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개발 중입니다. 남원은 요천숲길을 중심(자전거RO~남원여행, 16))으로 철도 연계형 여행상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자체는 자전거를 단순한 레저가 아닌, 관광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관광부안을 표방하면서도 실제 정책에서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부안군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냅니다. 바다와 산,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원을 두고도 이를 자전거 여행이라는 레저 콘텐츠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자원의 탓이 아니라 행정의 무능이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부안군은 하루빨리 내부 역량을 점검하고, 내년도 공모사업을 대비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자전거 동호회, 관광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나아가 자전거 여행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닙니다. 그 길 위에는 자연, 문화, 사람, 그리고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부안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행정이 그 아름다움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금의 부안군에 남게 될 것입니다. 페달을 멈춘 관광 행정, 이제는 다시 달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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