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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새만금, 누가 먼저 내어주었는가 – 부안의 이름으로 묻는다

이석기 기자 입력 2025.04.17 22:55 수정 2025.04.17 22:59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다. 그것은 세 개의 지자체, 즉 군산, 김제, 부안이 서로 ‘주인’을 자처하며 다투는 개발의 상징이자, 전북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이해 충돌의 중심이다. 그러나 정작 이 논쟁의 바탕이 되는 질문 하나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처음 이 땅을 내어준 이는 누구인가.”

답은 분명하다. 바로 부안이다.

1991년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부안은 땅도, 바다도 잃었다. 방조제 33.9km 중 절반 이상이 부안 앞바다를 막아 조성됐다. 바지락과 게, 낙지로 생계를 이어오던 어민들은 하루아침에 어업권을 잃었고, 대부분은 '비공식 어업인'으로 분류되어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삶, 정부로부터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삶. 부안 주민들은 말없이 그 모든 것을 감당했다.

그뿐인가. 2003년, 정부는 새만금 개발을 빌미로 부안에 핵폐기장을 들이밀었다. “보상하겠다, 발전시켜주겠다”는 말은 달콤했지만, 실상은 지역 분열과 국가 폭력이었다. 부안은 전국 최장기 반대 투쟁을 통해 이를 저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리고 새만금은 그 뿌리부터 부안의 희생 위에 서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군산과 김제는 각각 신항만과 동서도로, 수변도시의 관할권을 주장한다. 김제는 “매립지의 상당 부분이 우리 땅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고, 군산은 “항만은 우리 도시의 연장선이다”라고 말한다. 말은 번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들 도시가 새만금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가?

2024년 3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군산시가 제기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새만금 1·2호 방조제의 관할권을 부안군과 김제시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은 여전히 관할권 확대를 노리며,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에도 참여를 미루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25년 2월,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스마트 수변도시 관할권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이 도시의 매립지 대부분은 원래 부안의 공유수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과 김제는 ‘행정지도’와 ‘기반시설’ 논리를 앞세우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는 종이 위에 그어진 선일 뿐, 역사와 고통을 말해주지 않는다.

부안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배려’나 ‘온정’이 아니다. 단지 정당한 권리이며,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다. 새만금은 부안의 고통을 딛고 태어났다. 그 시작을 인정하지 않는 개발은 또 다른 착취일 뿐이다.

군산과 김제는 이제 물어야 한다. 누가 먼저 땅을 내주었는가? 누가 먼저 바다를 잃었는가? 그리고 지금, 그 땅 위에서 누가 소외되고 있는가?

새만금은 모두의 미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미래는 정의 위에 서야 한다. 부안의 몫을 부안에게. 이것이 새만금이 진정한 희망의 땅이 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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