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상풍력㈜(이하 한해풍)의 '해외 선진사례 견학'이란 이름의 외유성 출장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안군 송전철탑 반대대책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가운데, 한해풍은 이를 “정기적 상생 프로그램”이라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의 해명은 하나같이 핑계로 들린다.
프랑스의 절벽과 벨기에의 대성당은, 과연 2.4GW 해상풍력의 미래를 보여주는 현장이었을까? 현장 일정표만 들여다보아도 관광이 주 목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1인당 1천만 원에 육박하는 일정에 민관협의회 위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그것이 ‘견학’인지 ‘포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해풍은 ‘법률 자문을 거쳤고 공무수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송전설비 입지와 노선을 심의한 위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대가성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더욱이 정작 송전선로가 지나게 될 하서, 상서, 주산 주민들이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은 이 민관협의체의 '공정성'과 '대표성' 자체를 무너뜨린다.
“우리는 손해를 감수했다”는 항변 또한 이중적이다. 공동접속설비가 고창에서 부안으로 바뀌며 해저케이블 비용이 늘었다고 하나, 그 배후에는 누가 이득을 보았는지를 되묻는 이들이 있다. 자문단이 아닌, 주민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한 때다.
한해풍은 “더 많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예고했지만, 진정한 상생이란 이렇게 밀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견학'이라는 미명 하에 특혜를 베풀고, 이를 법망 밖이라 주장하는 오늘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정상'이라 여기는지를 되묻게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보여주기식 사업계획도, 관광지 연계 출장도 아니다.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협의, 그리고 배제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심이다. 지역의 미래가 소수의 관광사진 몇 장으로 왜곡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