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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바르게 살자’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1.03.24 21:44 수정 2021.03.24 09:44

‘바르게 살자’
↑↑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부안서림신문
공휴일 오후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부안에 볼일이있어 잠깐 들려간다는 타 지역에 살고있는 지인의 전화다. 다짜고짜 “부안 사람들은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없느냐?”고 묻는 첫 마디다. 웃음섞인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잃은 필자에게 이 지인은 “부안사람들이 얼마나 바르게 살지 못하면 부안 초입에 ‘바르게 살자’라고 써 놓았느냐?”는 설명이다. 물론 지인이 웃자고 한 말이겠으나 전화를 끊고 오랫동안 뭔지 모르게 찝찝함은 쉬 가시질 않았다. 최근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IC를 나와 부안에 들어서는 관문에 바르게살기운동 부안군협의회가 설치한 ‘바르게 살자’는 표지석을 두고 한 말일게다. 이를 설치한 바르게살기운동 부안군협의회에서야, 부안사람들이 바르게 살지못해 ‘바르게 살아보자’고 거금을 들여 설치한 표지석이겠는가 마는 보는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 여행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노약자 보호석이 없어 외국인 가이드에게 우리나라 대중교통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단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에는 ‘경로우대석’과 ‘임산부석’ 등 노약자 보호석이 마련돼 있는데 이 나라는 노약자를 보호할 줄도 모르는 나라냐?”고 비아냥댄 것이다. 이 같은 질문을 받은 가이드는 입가에 뜻 모를 웃음을 지어 보이며 “코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노약자를 보호할 줄 모르면 대중교통에 까지 노약자석을 마련해 두었겠느냐?”며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노인을 공경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있어 별도의 지정석이 필요 없다”는 일침이었단다. 창피하고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외국인 가이드는 케이오 펀치를 날렸다. “나도 코리아 여행을 해본적이 있다”며 “여행중에 ‘자연보호’라는 푯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신기했다”고 말하고 “코리아 국민들이 얼마나 자연을 무자비하게 훼손했으면 관광지 곳곳에 ‘자연보호’ 푯말을 설치해 놓았을까 하는 의아심을 떨칠수 없었다”고 하더란다. 틀린말은 아니다. 바르게살기운동 부안군협의회에서야 우리가 바르게 살지못해 이 같은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아름다운 문구가 있을법도 한데 굳이 단체명과 같고 주 목적인 ‘바르게살기’를 넣어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우리가 이행하지 못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것을 대부분 가훈이나 좌우명으로 삼는다. 어떤 집의 가훈이 ‘평화롭게 살자’라면 그 집은 평화롭지 못한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죄지은 것이 많은 필자의 가훈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듯이 말이다. 이렇듯 부안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안사람이 바르게 살지 못함을 만방에 알리고, 또 한편으로는 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바르게 살아라’라고 충고하는 듯 보여 기분 상하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진실, 질서, 화합을 이념으로 바르게살기운동을 전개해 밝고 건강한 국가, 사회건설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운동 단체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부안군협의회의 그동안의 봉사활동과 역할에 대해서 필자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들의 투절한 봉사 정신과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등은 수십권의 책으로 묶어내도 모자랄 만큼 칭송받고 박수받을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년 수백년 대한민국과 부안군의 역사와 함께하게 될 돌덩이에 새겨 넣는 문장등은 심사숙고해야 하지않나 싶다. 사정을 잘 모르는 100년 후의 우리 후손들은 이 표지석만 보고 우리고장 부안지역의 선조들이 얼마나 바르게 살지 못했으면 ‘바르게 살자’고 돌에 새겨 넣었을까 하는 어림짐작을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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