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기고- AI대란을 막을수는 없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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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의 농가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래 가금류를 살 처분한 것이 3,0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 부안은 지난해 12월 9일 1차 발생에 이어 금년 1월 6일엔 2차 발생이 확인 되어 총 16농가 20만 9000여 수를 살 처분 하였다.
AI 재난은 2003년 국내에서 최초 발생한 이래 벌써 여섯 번째로 철새에 의해 국내에 유입된다지만 방역 경험이 쌓이고 이미 방역 매뉴얼(SOP)이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3년간 겨울철만 되면 감염 병으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AI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방역 시스템의 문제를 들 수 있겠다.
특히, 최초 인지단계에서 해당 농장이나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가 방역당국에 걸려들지 않는 한 국내에 이미 상당 부분 확산된 이후에 신고 되거나 인지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다음은 SOP가 있음에도 정부의 늑장대응을 들 수 있다.
AI 대책을 다루는 범정부 차원의 관계 장관회의가 농가 최초 신고이후 26일 만에야 열렸는가 하면, AI가 전 지역으로 확산된 다음인 12월 16일 에야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이다.
지난 2014년 이웃 고창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 된지 이틀만에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한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셋째, 가금류 사육농가의 취약한 사육실태를 들 수 있다.
금번 AI사태로 현재 3000만 마리 살 처분 가금류 중 닭이 2700만수이고 이 중 거의 대부분을 산란계가 차지하고 있다.
산란계 농장의 경우 닭 한 마리 사육공간이 A4용지 한 장에도 못 미칠 정도로 빽빽한 공장 형 사육환경으로 한번 바이러스가 퍼지자 닭이 순식간에 감염돼 폐사 되었다.
이렇듯 가축 감염 병 확산에 취약한 공장 식 밀집사육 환경에서 AI 대란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선 대책은 없는 것일까?
먼저 ‘거점 소독센터’ 설치를 지원하여 주요거점에 국가 재난형 가축 질병이 조기차단 될수 있는 방역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하겠다.
초기인지 단계부터 전 지역거점 소독센터를 통한 체계적인 방역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시설을 확충 하는것이 급선무다.
다음은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마련과 ‘휴업 보상제 도입’등 과감한 지원이다.
AI에 취약한 밀집사육을 개선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예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는 2003년 이후 살처분 보상금, 생계소득 안정자금 융자, 수매지원 등 8500억원을 썼다.
매몰 비용을 합하면 그 비용은 1조가 넘는 엄청난 예산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보다는 친환경 시설과 동물복지 차원의 사육 친환경 개선비용의 지원과 밀집사육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급히 제정 하고 특히,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사육을 중단하는 대신 휴업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휴업 보상제’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AI로 인하여 현재 국내 닭 17,4%, 오리 28%가 살 처분으로 사라졌고 앞으로 5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부와 농가의 직접 손실 8,537억원 그리고 육가공업과 음식업의 간접손실까지 합하면 1조 4769억원에 이를 것이라니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계란파동으로 미국산 흰 달걀이 긴급 수입되어 시판에 들어갔지만 설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차례 상을 걱정하고 제과∙제빵 업계는 물량 확보를 걱정하고 있다.
다행히 요즘 들어 AI 의심신고가 진정국면을 맞고 있지만 AI 대란에서 빨리 벗어나 삶에 지친 우리동네 치킨집 아저씨도, 닭∙오리 사육농가도 달걀을 사는 주부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떠 올릴수 있는 새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전 부안군 농업축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