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관용과 이해는 무기력과 나태함을 낳는다
한 가지 그릇된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아주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어떤 이는 ‘그럴수도 있다’하며, 어떤 이는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방관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아주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층에 한 사람으로써 필자는 이글을 기고하기로 한다. 해마다 연초면 시무식 행사를 치루고 받아볼수 있는 신년노트를 두달이 훌쩍지나 버린 3월초 어느날 부안군청에서 발행하여 수백여 공무원과 마을 이장들에게 배포된 노트의 한 페이지를 보면서 관련 공무원의 무관심과 나태함이 보는이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확신과 신의를 잃게 하는지 바로 알게 되었다.
고령화된 준공무원(마을이장)들은 눈이 침침하여 돋보기안경을 쓰고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깨알같은 행정전화번호 안내며, 부안군의 홍보물이 될 수 있는 신년노트에는 올해 갑오년(말띠해)에 태어난 1세부터 120세까지의 연령 대조표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2014년의 새해가 아닌 2010년을 1세로 하는 연령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4년전의 표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니 어이가 없었다. 용지 한 장 아껴서 절약해 보려는 것도 아닐텐데…….
사실은 작년 초에 필자가 잘 아는 공무원에게 지적한 사항이다. 그런데도 제작년, 작년, 올해에도 똑같은 연령표가 부착되어 보는이의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 그거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이해하면서 보면되지 뭐”라고도 할수 있지만, 개인 일기장이라면 혼자 이해하고 새겨보면 되겠지만 이 노트는 부안군청이 발행 하였고 부안군 공무원을 비롯한 관계자 수백, 아니 수천명이 사용하는 부안군의 명예를 안은 노트이다.
작년에 지적했던 사항인데도 공무원인 그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본인과는 무관한 사항이기에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 노트가 중요한 군작전의 중요한 문서라면 총을 들고 나오라는 지시를 활을 들고 나오는 헤프닝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는 모든일에 설계, 시공, 감독이 뒤따른다. 감독이 부실하면 부실공사를 허용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작년 지적을 보고하고 수용하고 시정했더라면 오해에도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쇄한 곳에 질의를 해보려 했으나 인쇄처는 발견 할 수가 없었다. 발행처는 있는데 인쇄소는 없다. 이 또한 기업하는 CEO에게는 결제 받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대목장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짓는다기 보다, 본인의 기술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보려는 마음으로 집을 짓는다고 했다.
4-H 슬로건 속에 “좋은 것을 더욱 좋게”라는 말이 있다. 일년동안 정리할 양질의 노트 한권이지만 기왕이면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 또한 유익하고 알찬 내용으로 가득찼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비록 그 노트를 사용할 수 없는 촌로의 농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