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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학생이 ‘갑’이되는 학교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3.03.07 21:09 수정 2013.03.07 09:09

↑↑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디지털 부안일보
입학시즌이다. 유치원을 처음 들어가는 어린이부터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까지 새학교 생활에 벌써부터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어떤 친구들과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라는 설레임에 중고생은 새로 구입한 교복 입을날만 손꼽아 기다릴게다. 이처럼 학생들의 설레임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내심 걱정이 많다. 이 같은 설레임으로 입학한 자녀의 학교가 얼마못가 ‘가기싫은 학교’ ‘지긋지긋한 학교’가 되지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유독 학교폭력과 관련 학생들의 자살사건은 물론 교내 성추행과 관련한 뉴스들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기 때문이다. 3월이면 새학기가 시작된다. 신입생들이야 갓 들어온 학교에 적응하느라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정신없이 보내는 3월일게다. 재학생들은 한 학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담임교사와 잉크냄새가 마르지않은 새 책들과 교분을 쌓느라 설렘이 시작되는 3월이다. 학부모들은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어느새 훌쩍 자라 벌써 한 학년 또 한 학년을 뛰어넘어가는 자녀가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성장한 만큼 학교 적응에 걱정도 늘어나는 3월이다. 이때쯤이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학생편에 보내어지는 여러장의 각종 통신문들을 받게되고 또 이를 일일이 기록하거나 OX 등의 가부 결정을 내려 학교로 보내야 하곤한다. 학교에 보내야 하는 각종 납부금의 자동이체 계좌번호 기입에서부터 가정환경 기초조사 자료에 이르기까지, 읽어 숙지해야 할것도 많고 기록해 보내야 할것도 많은 때이다. 이때 학부모들을 가장 기분 상하게 만드는 것이 학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 중 학생의 ‘가정환경 기초조사자료’ 이다. 기초조사 자료는 ‘자기소개서’ 등 학교마다 다른 제목으로 학생편에 들려온다. 말이 좋아 ‘가정환경 기초조사자료’이고 ‘자기소개서’이지, 학생의 가정사를 거의 빼놓지 않고 기록해야 되는게 바로 이 자료인 게다. 학부모의 신상과 관련된 전화번호에서부터 학력, 직업(직장인인 경우 직책까지), 가족사항, 가정경제형편, 부모 중 경제권 주도자, 주택소유 여부 등등 학생의 가정사를 적나라하게 적도록 되어있다. 물론 학생의 성격이나 병력사항도 기록하도록 되어있어 학생을 지도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들도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가정의 치부까지 드러내 보여야 하는 이 자료를 대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편치안은 속내를 드러내 보이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담임교사가 원활한 학생지도를 위해 자녀를 둔 학부모의 신상파악은 물론 가정형편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기록해 보내야하는 기초조사자료가 필요하다면, 자녀를 1년동안 맡겨야 하는 담임교사의 ‘교사소개서’가 학부모에게 먼저 보내져야 한다는게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내 자녀를 1년동안 맡겨야 하는 담임교사의 출생지는 어디이며 나이는 몇 살이고, 성장과정과 학력에서부터 요즘 사회문제화 되고있는 성추행 이력은 없는지, 성격은 어떠한지, 혹여 겉으로는 분간하기 힘든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것은 아닌지, 학부모들이 교사들에 대해 알아야할게 너무 많은 것이다. 더욱 분노케 하는것은 일부 학교들의 신입생 학부모에 대한 ‘각서’이다. 교칙을 준수하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각서에 대한 서명날인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겠다는 각서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과연 누구의 학교인가?” 학생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는 교장과 교직원의 학교로 대답한다. 학교는 교장과 교직원의 학교로, 학생들은 그냥 배우러만 다니는것이다. 말뿐이 아닌 정말로 학생이 주인인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주인인 학생들이 학교 가기가 재미있고, 그속에서 학교와 학우를 아끼고 꿈을 키워 나갈수 있도록 해야하는데도 말이다. 교장과 교직원은 학생들이 교용한 피고용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교가 ‘갑’이고 학생이 ‘을’이 아니라, 학생이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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