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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봄날은 간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11.06.21 14:08 수정 2011.06.21 02:32

 
↑↑ 송 성 섭 부안서림신문 주필
ⓒ 디지털 부안일보 
푸르른 청춘이 가버린 날, 폐허의 땅에서 허기와 갈증으로 가슴은 묵정밭이 되고, 황폐한 묵정밭을 밤새워 갈다보면 새벽 별빛도 스러져 날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진다. 세월아 세월아,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데, 봄날은 그렇게 가고 마는데, 내 생애에서 봄날은 몇 번이나 찾아 올 것인가. 늦게 사 철이든 마음으로 늙은이가 욕망을 비울 때 무엇으로 빈 마음을 채워야 하는 것쯤은 조금은 알 나이인데 가슴은 왜 그리 답답한 심사인가. 세월 탓이려니 자조하고 속으로만 삭이려 하지만 황량한 가슴만 더욱 허전 하구나. 이제는 이룬 것도 이루어야 할 것도 없는데 조급증도 걱정도 할 것 없이 마음을 비우고 이욕을 버리고 살자고 다짐한 것이 몇 번이던가. 아직도 집착의 끈을, 노욕을, 미련의 찌꺼기를 버려야지 버려야 한다. 날이 새면 부정과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도덕성을 잃어버린 이 땅의 고관대작들은 도둑놈 면허증을 갖고 처먹고 또 처먹어도 낯가죽도 두껍고 뱃가죽도 두꺼워 철면피 불가사리 뺨을 친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은 그들에게 솜방망이니 어느 법전에 솜방망이 조항이 있는지 백성들이 궁금하도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공정 사회는 이판저판 개판이요, 환장 판이다. 윗물도 썩고 아랫물도 썩었으니 에라 똥물을 뒤집어 쓸 세상아, 힘없는 놈만 차이고 밟혀 맥없이 나자빠지는 세상이구나.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치욕의 날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가느다란 기대도 가느다란 생명줄도 놓아버린 미친 세상아. 사금파리 칼날 같은 길 위를 맨발로 달려가는 사람들아. 가엾은 영혼들아. 우리들 희망은 어디 있느냐 어디에 있는 것이냐. 연분홍 치맛자락 봄바람에 휘날리며 산 재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애타게 기다릴 임도 없는데, 허기진 봄날은 잘도 가고 세상도 돌고 우리네 고달픈 인생살이도 잘돌아 간다. 걱정이 무엇이냐 걱정 없다 부엉. 수출실적 얼마이며 국민소득 얼마이냐. 밤새워 소쩍새가 울면 피맺히게 울면 오랍동생 죽은 넋이 아닌 민초들의 서러운 소리인줄 외면 한들 될 일인가. 하늘은 악한 자를 벌주지 않고 밭둑에 떨어진 씨앗처럼 가련한 영혼들이 오늘밤도 한숨으로 날을 지새운다. 이 땅에 칼 든 자들이 정직하지 못하고, 공정한 사회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이다. 탄탄대로를 선택 받은 비열한 권력의 자식들, 황금으로 배를 채운 졸부들의 자식들이 활개를 치고, 능력인양 우쭐대는 세상은 공정과 평등은 없다. 우샤인 볼트도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면 패배자일 뿐이다. 날이 새고 달이가고 해가 가도 신세한탄 끝이 없고, 내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체면에 욕 한마디 늘어놓지 못하고, 죽는 놈 벽 차기 하는 꼴이요,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다. 처녀가 애를 가져도 할 말이 있고, 공동 산에도 핑계 없는 무덤 없다 하더라. 잘살고 못사는 것도 내 팔자려니, 신세한탄 푸념으로 한바탕 사설을 늘어놓았더니 밤도 이슥해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다. 냉수 한 대접 벌컥벌컥 들어 마시고 담배 한 대 꼬나 물고 생각이 깊어 간다. 오늘은 창호에 창호지를 바르고 글을 쓰니 방안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봄날은 가고 여름도 초입이라 하지만 섬 밤은 아직도 한기가 있다. 덧없는 인생이 덧없는 생각으로 덧없는 세월만 보낸다. 늦철도 들 때가 되었는데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이제 나이 들어 보내는 세월이 쉰 떡을 먹는 것 같고, 낙이 된 윷처럼 살아온 인생이 벌거숭이 인생이 한으로 남는다. 물로 씻은 듯 잊어야 했던 세월도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회한이 관절염처럼 자꾸만 쑤셔오는 날들이 얼마였던가. 가버린 청춘 흘러간 세월을 어찌 한단 말인가. 절굿공이로 녹슨 심장을 짓이기면 아직도 심장의 피는 붉고 뜨거울까. 헤어진 사람도, 보고 싶은 사람도, 그리움에 애가 타기는 하지만 가슴속에 묻어둔 빈자의 보석이 되었다. 고운임 연분홍 치맛자락 살포시 흔들고 발그레한 그 뺨 스치는 바람처럼, 그렇게 바람 되어 떠나고 싶다. 나의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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