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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특별기고

김연선기고-가르침이 큰 나라, 네팔에서의 봉사활동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09.04.03 10:49 수정 2009.04.03 10:57

 
↑↑ 김연선 부안여고 2년
ⓒ 디지털 부안일보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던 나는 최근에 뜻 깊은 체험을 하였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지난 2월에 처음으로 실시한 ‘나마스떼, 한국-네팔 청소년희망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8박9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29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하였다. 네팔은 4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그야말로 완벽한 내륙국가 이며,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나마스떼’는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종교적 의미가 담긴 네팔 인들의 인사말이다. 이 나라의 교통 상황은 몹시 좋지 않아 도로의 자동차가 항상 사방으로 엉켜 있었고, 거리마다 쓰레기가 넘쳐났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서 펼친 봉사활동 중의 하나도 바로 쓰레기 줍기였다.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활동이 이곳 사람들에게 청결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우리는 바랐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은 ‘고카르나 고아원’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생활에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내 눈엔 많은 게 불편하고 부족해 보였지만 아이들은 모든 게 감사하다며 잠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언제까지나 그렇게 웃고 살 거라고 말했다. 난 그 대목에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게 가졌지만 나보다 훨씬 더 밝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달마스딸리 마을에서의 봉사활동 체험은 특히 잊을 수 없다. 이곳은 네팔에서도 매우 낙후된 지역이었다. 우린 그곳에서 척박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했다. 온통 푸석푸석한 모래투성이의 땅에 나무를 심는 일이라 몹시 힘든 일이었지만 정말 그 마을 사람들을 위한 값진 일로 여겨져서 마음은 무척 뿌듯했다. 그 마을의 공립학교를 방문하고 난 또 한번 크게 놀랐다. 학교는 공사판이었고, 칠판이나 책상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교육 의지는 매우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의 아이들 대부분은 소를 몰거나 농사를 짓고 있지만 모두들 진정으로 행복해 보였다.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띤 미소는 결코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을지언정, 차라리 이렇게 사는 게 한편으로는 더 나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다섯째 날부터는 문화교류활동 시간을 늘렸다. 나의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바로 힌두교였다. 특히 힌두교의 장례식 모습에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장례식은 우리처럼 성대하지 않았다. 죽음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강가에서 그냥 사람을 태우고 재를 그 강물에 뿌리면 끝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인솔 선생님께선 죽음에 대한 이런 태도 때문에 네팔 인들은 욕심이 없다고 하셨다. 죽으면 그냥 사라진다는 생각이 또렷해서 재물에 탐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팔에서 크게 놀란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화목함이다. 네팔엔 참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서 살고 있는데도 신기하게 종교나 민족 때문에 한번도 싸움이 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팔은 정신적인 성숙도로 본다면 어느 나라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과의 만남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던 모든 것이 네팔에 와 보니 전혀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봉사활동이 국경이나 문화를 뛰어넘어 상호교감 속에서 이루어질 때 더 큰 빛을 발한다는 것도 깊이 깨달았다. 특히 감사의 마음을 깊게 배운 것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값진 소득이었다. 얻어가는 게 많은 네팔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훌륭한 지표가 될 것이다. 네팔을 떠나오면서 나는 그 땅을 향해 머리를 숙이며 속삭였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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