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주 전국문학인대회가 6월 28일 전주시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전국의 문학 예술인들이 오전 10시 전주 풍남문 도착하여 1894년 전주 동학농민혁명 답사에 나섰다. 답사지로는 전주화약의 장소인 선화당, 전주 한옥마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관을 답사 했다. 답사
안내를 맡은 이윤영 동학농민혁명관장의 해설로 동학농민혁명의 참뜻과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13시에 한국전통문화전당 2층 공연장에서 진행된 개막식(사회 장충열 시인)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의 환영사가 있었고,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홍태식 (사)유라시아문화포럼 이사장, 강민숙 펜앤팬 회장의 인사말로 이어졌다.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과 김진돈 전주시 문화원장의 축사를 통해 전주에서 열리는 전국 문학 행사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제1부 전주 문화의 문을 열다” 행사가 이규배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현조(전주문인협회장) 시인은 “전주 문인과 전주문학”을 주제로 전주 문학사와 활동을 소개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민숙 시인은 “전주 동학농민혁명의 흐름과 문화콘텐츠의 활용 방안”을 통해 전주의 동학농민혁명과 전주 동학농민혁명의 스토리텔링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위대한 전주 동학농민혁명사를 문화콘텐츠로 개발에 나설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사회 이규배 시인)에서 토론자로 나선 정재영(시인)과 박근영(시인)은 전주문학인들의 분발과 전주 동학농민혁명의 위대한 가치를 예술로 승화해 줄 필요가 있음을 당부했다.
제2부 “전주 문향에 젖다” 행사에서는 전국의 예술인들이 출연하여 공연과 문학 낭송회가 이어졌다.
이민호(시인) 장충열(시인)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 첫 순서로 김애미(한국무용가)는 사단법인 금파춤보존회이사장이자, 대표적인 한국무용가이다. 이날 춤의 주제는 「녹두꽃」이다. 단아하고 절제된 춤사위로 박수갈채를 받았고, 박영택(시인) 「전주막걸리」 시 낭송은 유월의 녹음처럼 짙은 음색으로 구성지고 애절하게 2부 행사의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시인의 낭송과 시극 공연이 이어졌다. 시 낭송자로 정영훈(시인, 경기도) 「한가위 보름달 수훈」, 김호영(시인, 경기도) 「모래내 시장에서」를 낭송했다. 현재 “모래내 시장” 사라지고 없다. 시를 통해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 것을 노래하여 객석에 있는 사람들을 단박에 타임머신을 태워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가 향수에 젖어들게 했다. “떡 방앗간 깨 볶는 소리 / 튀밥 튀기는 아저씨의 "뻥이요~" 외치는 소리/ 우시장 쇠말뚝 빙빙 돌며 /새끼 찾는 애끓는 어미 소 울음소리/ 우리,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 잠시 잠깐 저마다 옛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한편의 시였다.
박건한 시낭송가의 「굽은 세상에 바치는 노래」, 노희석(시인, 서울)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강명수(시인, 전주) 「삼천(三川)에서」, 유미숙(시인,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주를 노래 한 시가 펼쳐졌다. 김종숙(시인, 충청) 「사표(師表), 전봉준」은 ”전라도 사람 전봉준, 이천이십사 년 동학농민군 녹두부대가 남태령에 나타났더라/ 백삼십 년 전 혁명가 녹두가 이 시대 폐정개혁안을 싣고 서울로 서울로 진격했더라/ 동서남북 홍길동처럼 살아와 민중의 꽃을 광장 가득 피워냈더라./“
농민과 트랙터의 ‘남태령 대첩을 시로 썼다. 촛불이 전국을 뒤덮을 때마다 농민들은 트랙터를 끌고 광화문으로 향했지만 번번이 서울 길목에서 저지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랙터로 전국을 누비고 올라온 전봉준 투쟁단은 서울 초입, 남태령에서 마주한 건 경찰의 차벽이었다. 차벽에 막힌 트랙터는 창문이 깨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농민들은 '2024년 우금치 남태령으로 달려와 달라', '이번에는 넘고 싶다'며 호소문을 띄웠고 시민들은 응답했다. 이 시는 바로 그 사연을 시로 승화한 작품이다.
서홍관(시인, 서울) 「완산동 옛집」, 이용범(시인, 전북) 「동진강은 흘러가네」, 최기종(시인, 전남) 「해방구」, 추원호(시인, 전주) 「즐거운 편지」(황동규 시), 권화빈(시인, 경북) 「불평등의 기원」, 이종만(시인, 경남) 「전주에 가고 싶다」, 배재경(시인, 부산) 「민생」을 무대에서 낭송했다. 제주도에 사는 마해성(시인, 제주도) 「전주의 찬가」를 이날 낭송하지 못했다. 그는 몸이 불편하여 불참해 세종에 사는 오충 시인과 타지키스탄의 Lola와 Parvina가 참석하여 제주도 시인의 ‘전주찬가’를 합송하여 청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순서로는 황병관(시 낭송가, 전주)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낭송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서울로 잡혀가는 전봉준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호소력 있게 낭송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는 안도현의 시인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낭송하여 대상을 받기도 한 실력 있는 낭송가다. 황병관 시낭송가의 낭송이 시작되자 무대 중앙에서는 윤철 시인이 ‘전봉준 장군’의 대형 초상화를 즉석에서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쳐 청중들에게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국에서 참여한 200여명의 전국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주의 문화 예술의 전통과 전주의 동학농민혁명을 예찬했다.
시 낭송 중간에 장효선(교수, 남원) 「용담검무」의 공연이 이어졌다. 용담검무(龍潭劍舞)는 현대적 의미를 가미하여 검(劍)이라는 무(武)의 정신과 무(舞)라는 예술적 경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검예도(劍藝道)이다. 칼을 쥔 무인의 얼굴에는 결기가 흐르고 정면을 잠시 응시하나 싶더니 쪽빛 도포 자락은 어느새 제 흥에 취했는지 춤사위와 함께 허리를 빙글빙글 휘감아 돌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무예 공연에 이어 시극(송준혁 연출) 「솟대의 꿈(강민숙 시)이란 타이틀로, 남자배우 김희범(수필가)/ 조연 김호영(시인), 여자배우 민은선(시 낭송가)/ 조연 양신혜(동학농민혁명위원회 위원)이 출연했다. 이 밖에 동학농민혁명의 상징적인 깃발 보국안민, 척양척쇄.등 윤병성 촛불완성연대 위원이 북을 치며 맨 앞에서 무대안으로 들어오자, 22명이 동학농민군의 흰옷을 입고 이마엔 ”대한독립“이라고 쓴 머리띠를 두른 채 출연진들과 함께 ”사람이 곧 하늘인 나라를 세워야 한다며 평등한 나라를 만들자고“ 외쳤다. 시극의 사운드와 노래를 맡은 장정희(가수)는 「백산에 올라」, 「민달팽이」 불러 흥을 더 북 돋았다.
판소리 공연에 나선 김연(명창, 전주) 동학농민혁명 김개남 장군의 “장군가”를 작창하여 불렀다. “개남아 김개남아/ 김개남아 김개남아/ 수천농민군 어디다 두고/ 짚둥우리가 왠말이냐/ ” 김연 명창이 개남이의 이름을 부를 때 초록바위에서 죽은 김개남 장군의 넋을 불러 위무해주는 것 같아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가곡 공연으로는 조창배(성악가, 전주) 「시간에 기대여」 두 번째로 선정한 노래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오페라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돈키호테는 꿈을 쫒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의 무리와 싸우고자 기사 옷을 입을 입고 돌아가는 풍차를 요괴로 오인하여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그런 작품 속에서 나오는 인물의 노래다.
2부 행사의 끝 순서로는 윤철(시인, 서울)의 동학농민혁명 녹두장군 전봉준을 형상화한 퍼포먼스가 객석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녹두장군이 손에 든 낫은 풀이나 잡초를 베는 낫이 아니다. 삿된 탐관오리의 목을 베어버리는 그런 낫이고, 농민들의 쌀과 곡식을 착취해가는 자들과 싸우는 낫이라서 그런지 그가 그려 놓은 낫에는 핏물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윤철 시인이 그린 그림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호했고 참가자들이 모두 객석에서 나와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행사의 3부 섹션은 만찬장(가족회관)에서 “제3부 전주 문학인의 밤”으로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김대중 대통령 버전으로 최바울 목사가 진행했다. 최목사는 “국민 여러분 안녕 하십니까” 영화의 김대중 대통령 목소리를 더빙한 주인공이다. 시인이자 성악가인. 박정근(가수)는 「명태」(변훈 작곡), 「산아」(신동수 작곡)를 문인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박시인이 부른 노래 가사 중에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는 가사가 가난한 시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했다. 가수 장정희는 「바람처럼, 물처럼」「다 해줄께요」 두 곡을 불렀고 세 번째로 나선 색소폰 연주는 최인수 소아과 의사가 만찬장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흥에 겨운 시인과 작가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고 만찬장에서는 앵콜의 앵콜을 연호하며 전주문향의 밤을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