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연칼럼-희망 그리고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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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 부안서림신문 | |
입춘을 지나 봄비가 연이어 내리니 대지는 촉촉해지고 나뭇가지에는 물이 오른다. 변산의 산골에는 살얼음이 녹아내리며 고랑의 끝자락에서는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변산의 상징인 바람꽃과 노랗게 피어나는 복수초, 그리고 머리 위의 눈을 털어내며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꽃, 이렇게 아름다운 봄은 여유롭게 찾아온다. 남쪽에서는 매화향기 피어나고 구례의 산수유화에 이어 개나리 진달래 연이어 피어나면 강산은 어느덧 싱싱하게 변한다.
봄은 이렇게 희망을 가득 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희망은 앞일에 대하여 좋은 결과를 기대함이다. 하는 일에 대해 좋은 결과가 나오거나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의 삶에 필요한 3대 덕목 중 하나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 새해 첫날을 의미한다.
설날은 우리의 최대 명절답게 세시풍속 또한 매우 다양하다. 섣달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사들이 조릿대로 만든 복조리를 한짐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조리사세요” 외쳐대며 복을 팔러 다녔고, 가정마다 복조리를 사서 방문앞에 걸어 두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설날 아침이오면 꼭두새벽부터 몸을 깨끗이하고, 설빔으로 갈아입고 가족과 친족을 찾아 세배를 올린 다음 모두가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낸다. 곳곳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 돌아가신 조상을 회상하며 차례를 지낸 다음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풍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지켜왔던 정겨운 우리의 세시 풍습이었다.
세배를 올리고 나면 덕담이 오간다.
내가하는 덕담은 두 가지다. 손주들에게는 “항상 즐겁게 살아라” 그리고 아들딸 며느리에게는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아라”다. 며느리가 걱정스럽게 입을 연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애의 학교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려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속상하다 한다.
걱정한다고 이루어지는 것 아니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라. 집은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 함께 맞아야 거래가 성사되니 사려는 사람도 지금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여유가 있게 기다리면 흡족한 거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니 기다려보기를 권한다.
거래는 쌍방의 합의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흡족한 선에서 이루어져야 좋은 거래가 성립될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서로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속고 속이는 거래가 될수있으며 중개인의 농간이 따를수도 있다.
여유는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다. 물질적이거나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남음이 있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할수 있으나 모두가 실행하지 못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급한마음이 앞서는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같은 일을 같은 공간에서 하는데도 항상 쫓기거나 초조해하는 사람과 여유만만하게 처리하는 사람 그 차이는 매사를 마음대로 하려는 조급함과 사물의 이치를 판단하여 기다릴 수 있는 여유의 차이다. 집이 마음에 맞게 잘 팔렸다는 며느리의 전화가 온다. 흐뭇해하는 모습이 듣기좋다.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에서 어린 새싹이 솟아나기 시작하는 3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잘 이겨내고 새로 돋아나는 새싹처럼 성급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는 희망찬 한달이 되길 기원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