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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자연의 무상함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3.07.12 21:02 수정 2023.07.12 09:02

조덕연칼럼-자연의 무상함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부안서림신문 
계절이 바뀌면서 자연은 변한다. 봄에는 꽃이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가고 가을에 낙엽이 물들어 겨울이면 다음해를 위한 동면에 든다. 계절과 시간의 흐름으로 변해가는 자연, 하지만 항상 똑같이 변화하는 모습은 한순간도 없었다. 이렇듯 서로다른 순간순간의 모습은 인간에게 새로움을 주고 희망을 선사해 주었다. 오랫동안 가뭄으로 만물이 목말라하는 어느날 물 폭탄이 터진다. 하룻밤 강수량이 150㎜를 넘겨 비를 기다리던 농민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 편해진 날 비가 갠 틈을 이용해 산행에 나선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들시들하던 나뭇잎이 생기가 돌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당차다. 평소에는 졸졸 흐르던 실개천은 모두 폭포수가 되어 물이 흐르는 모습은 마치 먹이 사냥하는 독수리처럼 날카롭고 그 소리는 사나운 호랑이의 포효소리와 같다. 봄이 시작될 무렵 이곳은 얼음이 따스한 햇살에 녹아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버들강아지 곱게 피어나던 곳이었고 토끼와 노루가 풀을 뜯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팝나무 생강나무에 꽃망울이 돋고 진달래 개나리꽃에 이어 수수꽃다리 산수국 산딸나무꽃이 만개하더니 지난주부터 밤나무 상수리 칠엽수 가죽나무꽃들이 차례로 물들던 평화로웠던 이곳이 하룻밤의 폭우로 도로는 쓸려나가 앙상하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온 산천을 덮으니 자연의 부드러움은 사납고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돌변했다. 이 또한 잠시일 것이다. 이 장마가 지나면 이 산자락은 다시 평온을 되찾아 산들바람 살랑이며 새들이 평화를 노래하는 지상 낙원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 길을 아무런 생각없이 오르내리는 우리는 즐거운 인생의 터전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활력을 얻는 공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연무상. 푸른잎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가는 떨어지듯 이 세상에 변하지않는 것은 없다. 오늘의 이 시간은 다시 오지않는다. 영웅호걸도 절세가인도 세월따라 덧없이 가는데 우리에게는 그 무엇이 안타깝고 미련이 남을까? 세월이 가면 곁에있는 사람은 하나둘 떠나고 남은사람 또한 격리되어 외로워진다. ‘인생무상(無常)’이 주는 가르침은 흔히 허망함과 부질없음으로 상상한다. 혈기왕성할 때 모든일에 열중할 때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그 집착이 고통이 될 때 느끼는 회환이 허무였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 ‘제행무상(諸行無常)’ 이세상 모든 것은 항상 같음이 없고 수시로 변화하기에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붓다의 가르침이었다. 나이들어 느끼는 무상은 모든 것과 함께하는 여유다. 날마다 좋은날이 되는 지혜로운 삶은 강물처럼 구름처럼 들풀과 들꽃처럼 욕심없이 바람따라 물길따라 흐르고 한줌의 햇빛으로 만족하니 저리도 평온하고 청초한 모습이지 않은가? 더 외롭기전 집착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삼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서로서로 안부전하며 마음을 함께하는 동행자 삼아 쓸쓸하지않은 나날을 이어간다면 나이가 들어 외롭지않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노후의 삶은 인생의 정점이다.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삶의 경지를 터득해왔기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멋진 인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지혜와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변화하는 자연속에 다양한 사람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웃음이 깃든 사회로 이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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