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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이석기 칼럼

한국전력의 배려없는 ‘배짱복지’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3.06.28 19:45 수정 2023.06.28 07:45

한국전력의 배려없는 ‘배짱복지’
 
↑↑ 이 석 기 서림신문 대표
ⓒ 부안서림신문 
섭씨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여름날, 부안읍 터미널 사거리에서 80대 할머니가 길을 묻는다. “한전(한국전력 부안지점)을 걸어가야 하는데 어딘줄.” 모르신단다. 터미널에서 한전까지 “족히 오리(2㎞)는 되어 이 더위에 할머니는 걸어가실수 없다”며 “무슨 일로 한전을 가시는거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챙긴 고지서 한 장을 내보이며 전기요금 할인신청 때문이란다. 고지서를 자세히 살펴본 필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상위 계층 전기요금할인 해지(재신청)안내’ 고지서다. 일정 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차상위계층에게 보내지는 고지서인 듯싶다. 2010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차상위 계층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관련 4개 법률에 의하여 차상위 계층으로 인정된 고객에 대하여 주택용 전기요금의 일정부분은 할인해 주는 제도이다. 이에따라 이 안내서에는 ‘현재 고객은 차상위 계층으로 인정되어 주택용 전기요금을 할인 적용받고 있지만 적용 기간이 만료되어 8월 전기요금부터 중지될 예정이다’며 ‘앞으로도 할인을 계속 적용받고자 하면 읍면 사무소 등 해당기관에서 차상위 계층 확인서를 발급받아 한전사업소에 제출하여 주기바란다’고만 적혀 있었다. 우리고장 부안군에는 3,000여명의 차상위 계층이 전기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고령 노인들로 홀몸노인들이 많다. 게다가 차상위 계층은 대부분 생활환경에 어려움이 많아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주민들에게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싶으면 읍면사무소에서 확인서를 발급받아 한전사무소로 가져오라는 ‘배짱복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고지서 내용대로라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이유없이 차상위 확인서를 들고 한전을 방문해야 한다. 한전 측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차상위 계층인 주민이 전기요금을 할인 적용받고 있는 중에 형편(?)이 나아져 자격이 상실되었거나 이주 또는 사망 등의 사유가 있을 수 있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함일 게 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직원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것도 아니고 온라인시대인 현대사회에서 부안군 행정기관에 공문 한 장이면 차상위 계층 모두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고, 주민들에게 불편없이 원스톱으로 처리할수 있는 일인데도 일일이 한전을 방문토록 하는 배려없는 한전의 안일한 행정 행태가 한심하고 분이 차오른다. 이러한 갑질이 부안 뿐이겠는가? 한전 본사에서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 고지서로 보아 우리나라 차상위 계층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아니겠는가. 할머니의 고지서를 들고 한전부안지사를 찾았다. 한전의 배려없는 복지에 항의(?)했다. 한전측에서는 ‘다른 접수방법도 있다’고 해명하지만, 고지서 내용대로라면 이유없이 방문해야 한다. ‘차상위 계층 확인서’를 발급받으러 간 읍면사무소에서도 이러한 한전행정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부안군 행정과 “온라인으로 해결할수 있는 업무를 이처럼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거다. 이 또한 한전의 갑질 아니겠는가? 갑질이 아니면 한전 직원들이 차상위 계층이 아니라서 이들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게다. 이같은 한전의 배짱행정은 ‘떡주고 뺨맞는 격’이다. 복지는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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