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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조덕연칼럼-순례자의길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2.05.17 00:00 수정 2022.05.17 12:00

조덕연칼럼-순례자의길
 
↑↑ 조 덕 연 서림신문 논설위원
ⓒ 부안서림신문 
모든길은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기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하늘길, 뱃길, 철길, 자동차길, 걸어서 가는길 등 모두 사람이 오고가는 공간이다. 우리의 말에서는 그 길의 양태나 규모에 따라서 오솔길, 고삿길, 산길, 들길, 자갈길, 진창길, 소로길, 한길, 지름길 따위와 같은 의미를 구체화하여 사용한다. 순례자의 길은 종교적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자가 걸었던 길, 성자의 생이 담겨져 있는 길, 그들의 뜻을 전파하기 위하여 고난을 겪은 길, 아니면 그 의미를 되살릴수 있게 하기 위하여 후대에 만들어진 길들이다. 오늘도 순례자들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자신을 반성하고 다스리며 새로운 자아를 찾아 길을 떠난다. 순례자의 길은 종교적 의미이기도 하지만 종교를 떠나 자신을 닦는 수양의 길이기도하다. 천년고도 경주에는 무너지지 않는 천년의 불심 경주 남산이 있다. 천년전 신라인들은 신령스런 남산의 바위마다 부처님을 새겨놓았다. 남산은 남북 8㎞, 동서 4㎞,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그다지 높지않은 두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들로 이루어진 전체적으로 거북 모양을 하고있는 길상의 산이며, 100여곳의 절터, 80여구의 석불, 60여기의 석탑이 산재하고 있는 노천 박물관이다. 남산은 불국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신심이 깊은 불자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행자들은 이산을 순례한다. 때로는 기도하고 때로는 찬양하고 경을 읽기도 하며 이길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고있다. 기독교의 순례지는 그리스도가 태어나 활동했던 지역과 그를 따르던 성인들의 길이다. 우리나라 에는 순교자가 많다. 우리나라 순교성인은 103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다음으로 순교성인이 많은 나라다. 한국의 순례길은 순교정신을 따르는 고통의 길이다. 솔뫼성지, 천호성지, 숲정이, 제주 성지순례길 등 성인들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알아 가는길, 오늘도 많은 순례자들이 그 길을 걷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천년의 시간 무수한 발자국이 지난길, 장장 40일간의 황홀한 여행의길, 800㎞의 외로운 고행의길, 내 안의 나에게로 향하는 머나먼 여정을 통해 나를 만나는 길이다.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로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까지 800㎞의 긴 여정은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사람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로마, 예루살렘과 더불어 세계 3대 가톨릭 성지이자 종교를 초월한 세계적 도보 여행길이다. 여행자는 작년 한해만 해도 150여개국에서 6만여명이 찾아온 길이다. 천년을이어 명망있는 수도자들이 걸었고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넘었던 피레네산맥이 위치한곳, 과거에는 종교 때문에 야고보의 무덤을 보기위해 찾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적인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도전으로, 자아를 찾기위한 여정으로 더 많이 찾는 길이 되었다. 끝도없이 펼쳐진 길을 걷다보면 복잡했던 인생이 단순해진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 떠나기 전 질문마저도 하나 둘 흩어져 버리는 길, 무한한 여유속에서 순례자들은 마음이 시키는대로 나아가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머므른다. 무엇에 간섭을 받지않는 오롯한 나와의 시간 함께걷는 길이자 홀로 걷는 길이다. 동행이나 친구가 있다해도 육체의 고통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혼자만의 것, 1인분의 힘겨움을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길, 종교와 이념을 떠난 다양한 세상의길, 순례자란 머무는 사람이 아닌 떠나는 사람, 아늑한 잠자리 근사한 경치 머무르고 싶은 유혹으로부터 떠날 수 있을 때 진정한 순례자가 된다. 멈춰야만 보이는것들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산티아고 순례길 삶의 속도에는 정답이 없다. 뜀박질을 멈추고 천천히 걷고 싶을때가 함번쯤은 찾아오지 않을까? 길의 끝, 또 다른 출발, 권태로운 삶에 찾아온 새로운 바람 순례자의 길을 찾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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