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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칼럼-서림춘추

송성섭칼럼-그리움도 나이를 먹는다

서림신문 기자 입력 2021.07.28 21:06 수정 2021.07.28 09:06

송성섭칼럼-그리움도 나이를 먹는다
 
↑↑ 송 성 섭 서림신문 주필
ⓒ 부안서림신문 
언덕에 앉아 출렁이는 물결이랑을 보고 있습니다. 뻐꾸기가 울고 하루해가 저물어 서산의 노을이 물들어 수평선까지 젖었습니다 진홍 빛 해당화가 노을 속에 지고 있습니다. 그리운것도 나이가 먹어 잊어지고 조각의 편린이 옛이야기처럼 가물거립니다. 아마 그리움도 나이를 먹는 탓이겠지요. 잊힌 날들, 그리운 날들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나는 무심히 앉아 무엇을 생각하는지요. 노을에 물든 하루해가 지듯 마지막 인생도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있을까요? 나는 어느 종교에도 귀의하지 못했고 사회나 나에게 한점 도움을 주지 못한 삶이었으니 마지막 가는 길이 아름답기를 원한다면 욕심에 불과하지요. 욕심이 없는 자비롭고 평안한 얼굴은 하루아침에 다듬어 지는것이 아니고 많은 세월속에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야 하는 것이겠지요.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모습, 그런 얼굴은 꾸며서 되는것도, 억지로 만들수도 없는 것입니다. 땅거미가 지고 있습니다. 개밥바라기가 서편 하늘에 뜨고 지팡이에 의지한 몸이 몹시 힘이 듭니다. 푸르른 날은 가고 나의 인생도 저녁이 찾아옵니다. 잊혀 가는 그리움이 토막토막 단편이 됩니다. 아름다운 날은 가고 한조각 추억만 남아, 이었다 끊어지는 노랫가락처럼 그리움도 제대로 가슴에 담아 둘수 없습니다. 이제는 어둠이 내려앉은 고샅길을 술취한 사람처럼 비칠거리며 내 집을 찾아갑니다. 집집마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정겨운데 나는 걸음을 재촉합니다. 누가 오라는 것은 아니지만 편안한 내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 들어 철이 들었는지 늙은 나의 바람은 부부가 해로동혈(偕老同穴) 하는 것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될 일입니까. 그리운것은 하나 둘 떠나고 남은 그리움도 잊어진체 세월은 흐르고 있습니다. 파란 잔디에 피었다 지는 민들레처럼 바람결에 모두가 날아갑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늙은 소나무의 관솔이 박히듯, 마디마디 사랑과 그리움이 있습니다. 그리운것은 그리운대로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세월따라 나는 흘러갑니다. 개밥바라기가 초라한 나의 뒷모습을 따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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